땅을 구했으니 이젠 어떤 집을 올릴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당장은 귀촌할 것도 아니니 최소한의 사이즈로 먹고 잘 곳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것들을 찾아봅니다. 사실 비용문제가 가장 커서, 큰 건축업체 보다는 농막이나 이동식주택을 제작하는 곳을 유투브로 찾아보고 방문해보았습니다. 기본형 1600만원대!! 라는 말에 현혹되어서 말이죠. ^^
이동식주택은 공장에서 제작 완성한 후 트럭으로 실어서 현장에 앉히는 방식으로, 날씨의 영향을 덜받고 인력 파견의 부담이 적기에 비용과 공정이 절감된다고 하는데요. 특성상 농막처럼 규모가 작은 건물이나, 모듈러 구조로 조립하는 구조에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위 사진의 다락방의 경우 시골 전신주에 걸린 전선에 걸리기 때문에 분리해서 이동 후 현장에서 조립한다고 하네요.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저 집은 거의 풀옵션에 최고급 자재로 바른 고급 농막이었어요.
친환경 소재인 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소형 건물이라니... 그간 살았던 타운하우스의 추억이 다시 살아납니다.
농막? 이동식주택? 뭐가 다르죠?
농막은 건축허가 낼 필요도 없고, 뭔가 돈도 적게 들고 쉬울 것 만 같습니다. 내가 산 땅에 농막을 설치할 수 있을것인가?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많은 농막, 이동식주택 업체들이 나오는데 둘의 정확한 (특히 기술적으로) 차이점과 어떤 땅에 어떤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산에다가 컨테이너 비스무레한 거 가져다 놓고 생활하면 안되는건가?
=> 네, 안되더군요.
농막
이동식주택
설치 가능한 지목
농지(전, 답)에 설치하며 지목이 변경되지 않음
대지 (농지나 임야를 개발행위를 통해 지목을 대지로 변경하는 것임)
허가의 종류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개발행위 허가, 건축허가(신고)
면적 제한
20 평방미터 이하(약 6평)
없음
단열 기준
꼭 지켜야 할 단열기준은 없음. 보통 정식 건축물 보다는 적게 사용
중부1, 중부2, 남부, 제주 4개 지역별로 기준이 존재 (추운 지방일 수록 좋은 단열재 사용해야 함)
수도, 정화조
지자체에 따라 인입을 불허하는 곳 존재
필수
농막이란 농사를 짓기 위한 창고의 개념으로 지적도 상에 표시된 지목에 '전' 또는 '답'이 아니라면 놓을 수 없더군요. 산자락에 위치한 전원주택 부지의 십중팔구는 산이며 '임'(임야)으로 표기되어 있고, 이런 곳은 정식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내고 정식 건축물을 올리는 절차를 통해 지목을 '대'(대지)로 바꾸어야만 합니다.
단, 임야에도 정식 건축물이 아닌 산지일시사용신고 후 가설건축물축조신고만으로 지을 수 있는 '산림경영관리사'라는 건물이 존재하지만 '임업인'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데, (1) 3헥타르 이상의 산림을 경영 (2) 연간 90일 이상 임업종사 (3) 연간 120만원 이상의 임산물 판매 조건이며, 90일 이상 종사나 120만원 판매액 증명이 내가 근무했소~ 또는 내가 팔았소~ 정도로는 안된다고 합니다. 간혹 뉴스에 높으신분들이 임업인 자격도 안되는데 산속에 집을 지었다가 적발되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이동식주택 견적서와 추가비용
어쨋든 그래서, 정식 건축물을 올리기로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차피 농막도 아니고 정식 건축물인데 6평은 너무 적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2평만 넓혀서 8평짜리로 하기로 했죠.
기본이 1650만원인데, 사실 난방도 안들어가있고 외장재나 지붕도 제일 싼 자재로 되어 있는 그야말로 차로 치면 '깡통' 상태인 것이었습니다.
- 농막 아니고 정식 건축해야 해요 +200만
- 6평 너무 좁은데, 어차피 정식 건축이니 2평만 늘리자 + 640만
- 외장재는 시멘트 보다는 세라믹이 좋아요 +300만
-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보다는 리얼징크가 좋죠 +150만
- 별이 보이는 천창이 옵션에 있네? 이것도 할까? + 100만
- 다락은 있어야지 +500만
- 보일러 넣고, 씽크대 넣고, 기초공사하고 정화조도 같이 해줘보세요. +........
이렇게 했더니 4530만원이 나옵니다?! 게다가 전기 인입비와 각종 인허가비, 운반/하차비용은 빠져있는데도요. 아반떼 보러갔다가 제네시스 계약하고 온 얼빠진 느낌이었어요.
> 주택단열기준 200만원?
이것 무엇인고 하니, 기본 1650만원 견적은 '농막' 기준이고, 단열재가 건축물 수준으로 두껍게 들어간 것이 아니래요. 정식 건축물로 신고하려면 법에서 정한 단열재 기준을 맞추어야 하는데요. 우리나라 건축법에서는 국내 지역을 중부1, 중부2, 남부, 제주 이렇게 4개로 나누어서 추운 지방일 수록 두껍고 고성능의 단열재로 시공하도록 되어 있답니다. 그 단열공사 추가분이 바로 200만원이라는 것이죠.
현장 답사
이동식 주택은 정식 계약을 맺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데, 바로 현장 답사를 통해 수송용 트럭과 설치용 대형 크레인이 진입할 수 있는 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1차로는 네이버나 카카오맵의 로드뷰를 통해 대략적으로 보고, 2차로는 직접 배송/설치하시는 분이 현장으로 가면서 전신주와 전선의 높이나 도로폭, 도로의 경사도 등을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진입도로가 너무 좁거나, 경사가 심한 산간지방에 있을 경우 운송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네요.
다행히 저희가 산 땅은 답사 결과 OK 사인이 났습니다.
부지 변경, 코로나로 인한 자재비 상승 => 계약 파기
사실, 지금 건축한 산 맨위 끝자락 땅 이전에 아랫 쪽 땅을 먼저 샀었습니다. 산자락 타운하우스에 대한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일단 작은 이동식 주택 먼저 가져다 놓고, 나중에 증축으로 큰 본채를 짓자는 계획을 세운 것이죠. 이동식 주택이니 떠다가 중고로 팔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구요.
위 사진에 있는 땅에는 배송을 할 트럭 기사분이 직접 와서 답사를 했었고, 트럭과 25톤 크레인이 진입 가능하다라고 했었는데요. 개발행위와 건축허가를 넣어놓고 있다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근처의 더 높은 곳의 부지를 구매하게 되어 건물을 그쪽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20년 해가 넘어갔고, 새로운 부지에도 허가가 떨어졌는데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건축회사 대표님이 문제가 있으니 잠깐 와보라고 해서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 건축회사 대표의 계약 파기 이유
- 새로운 부지에 트럭기사가 답사를 했는데, 경사가 심해서 위험하다.
- 코로나로 경량목구조 자재 수급이 거의 안되고 있다. 4배 더준다고 해도 없어서 못구하는 자재가 있다.
황당해서 따져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때의 견적서는 유효기간이 2개월 짜리라는 것이네요. 부지를 변경하여 원인을 제공한 것이 저희니까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계약금 돌려받고 빠이빠이 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지어주려 하는 모습보다 파기쪽으로 몰고가는 것은 업을 계속하시는 분의 태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부부는 갑자기 멘붕에 빠져 있다가, 새로운 부지가 그런 상태라면 이동식 주택은 포기하고 그냥 짓자!! 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는데요. 이거 점점 밑빠진 독처럼 들어갈 돈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