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이 안된다면 이제 그냥 '일반적인' 건축밖에는 답이 없는 것이죠. 현장에 자재 쌓아놓고 인부들이 작업하는 바로 그 건축말입니다.
토목설계 사무소에서 건축회사 추천받기
인터넷으로 쇼핑할 때는 나름 철저한 실제 리뷰 검색을 통해 최강의 가성비 제품을 찾는다고 자부하는 편입니다만, 땅과 건축 쪽으로 알아보니 이쪽 세계는 정말 눈 뜨고 코베인다는 말이 이해가 갈 만큼 정보의 공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완성된 집을 구매하는 것도 일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맨땅에 집을 짓는 것은 더욱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래서 안심할 수 있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소개'를 받기로 하고, 그나마 땅을 2번 구매하면서 안면이 생긴 토목설계사무소 과장님에게 부탁을 해보았습니다. 업체 소개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십니다. 소개시켜 주고 좋은 소리 못 듣는 경우가 많아서... 라고 말꼬리를 흐리면서요. 일이라는게 항상 끝이 좋으리라는 법은 없어서 그래서일까요? 계속되는 채근에 수줍어하시며 한 업체를 소개해주시는데 말끝을 흐리십니다.
... 시공비가 저렴하진 않을거에요 ...
몇 달, 몇 년 쓰면 그만인 물건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자위하면서 건축회사에 방문해보았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네요. 6번도로에서 마을길로 빠지는 근처에 바로 있어서 내심 약간 안심이 되었습니다. 거리가 멀면 아무래도 방문도 어렵고, 하자 생겨도 처리가 늦을테니까요.
최대한 작은 집으로 할께요 : feat 돈이 없어요
코로나로 철근, 목재 할 것 없이 가격이 두배, 네배 폭등했다고 난리라는데, 그럼 평당 시공비가 정말 두배, 네배 올랐냐고 대표님에게 물어보니 목재가 오르긴 했는데, 전체 시공비가 그렇게 오른건 아니라고 하셔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대략 저희의 현재 상황을 설명드리고, 되도록 작고 아담한 집을 찾고 있다고 하니 아래와 같은 집을 추천해주셨네요.
단층짜리 농막같은 것만 보고 다니다가, 정식 건축으로 오니 다 좋아보이긴 합니다. 길게 생각하지 않는(단순한!?) 우리 부부는 결정합니다. 이 형태를 기본으로 해서 내/외부 세부사항을 우리 입맛에 맞게 커스텀하기로 합니다.
"네! 이걸로 할께요!"
구매한 부지가 맨 꼭대기였는데, 바로 아랫집 지붕이 쑤욱하고 올라와 있어서 1층 뷰는 좀 막혀보일 것도 같아서 2층 베란다가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세부 견적서 뽑아보기
대략 집의 면적과 형태를 결정했으니 대체 얼마나 드는건지 비용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대표님이 견적서를 보내올 때 까지 벌벌 떨면서 기다립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내부 씽크대와 가구, 1층 데크는 저희가 따로 하기로 합니다. 2층 데크만 방수처리 때문에 업체에 맡기구요.
고대하던 1차 견적서가 도착했는데, 총금액이 1억3천만원이네요. 바닥 연면적으로 21평정도니까 평당가로 따지면 700만원 약간 아래입니다. 아파트에만 살면서 카더라 통신으로 건축을 들으신분들은 평당 300에 지었다더라, 400에 지었다더라 (몇 년 전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업자들은 평당가가 얼마로 책정되던 맞추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재를 빼던 시공인부를 싼 사람으로 쓰던, 시공방법을 대충하던 말이지요. 자재값 폭등으로 잔뜩 겁을 먹은 것 치고는 평단 700 언더라면 소형주택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건 건축비이고 정화조나 펜스, 데크, 내부 가구등 돈 들어갈 곳은 엄청나게 남아 있습니다.
# 소형 주택의 "평당" 시공비에 대해 건축비의 싸고 비쌈을 따질 때, 편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이 평당 얼마냐인 것인데, 이것은 주택의 규모와도 약간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평수가 큰 주택일 수록 평당 단가가 내려간다는 것인데요. 보통 중장비나 인부들은 하루 단위로 비용이 지출되니 3시간 일꺼리나 8시간 일꺼리나 동일한 견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집의 면적이 늘어나면 재료비야 면적에 비례해서 늘겠지만 노무비와 장비 대여료는 비슷한 것이죠.
양평에서 대략 800만원 넘는 정화조 공사를 예로 들면, 6평짜리 농막을 지어도 60평짜리 대형 주택을 지어도 6W 굴착기는 하루에 작업을 끝냅니다. 정화조 탱크야 용량이 조금 다르겠지만 이 재료비 차이는 수십만원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고, 비용의 대부분이 장비대여료와 인건비입니다. 이 비용이 평당가로 녹아들어간다고 보면 6평짜리 농막은 평당가에 140만원 정도 반영되는 것이고, 60평짜리에는 평당가에 14만원 정도 반영되는 것이죠.
건축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용중 재료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하루' 단위의 '시간'인 것입니다.
견적서는 수십 페이지에 걸쳐서 공사의 시간 순서에 따른 공정별로 재료비, 노무비, 경비 3가지로 나누어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단가와 최종견적은 건축물의 산출된 단위 (면적 등)에 따라 비교적 상세하게 도출되어 있어서 대충 때려 잡은 것이 아닌, 합리적으로 잡혀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부 견적서를 보니 경량목구조에 사용되는 목재의 자재비가 평당 90만원 정도로 1900여만원으로 되어 있는데요. 아마 이게 코로나 전에는 4~50만원 정도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즉, 목조주택이라고 해서 목재가격 100% 올랐다고 시공비 전체가 100%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알고나니, 더욱 이전 계약했던 이동식 주택 사장님이 괘씸해지네요. 자재비 상승분에 대해 차근 차근 이야기해서 추가비용을 이야기하면 될 것을... 무조건 안된다고 계약 파기하자고...)
꼼꼼하게 작성된 세부 견적서를 보고 조금 안심이 되었고, 드디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되었습니다. 4천만원대에서 갑자기 1억 3천만원대로 일이 커져버렸지만, 어떻게 보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위로를 해보았습니다. 단층짜리 이동식으로 지어놓으면 차후에 그집을 들어내고 다시 건축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