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타운하우스에서 분당으로 이주를 하려고 보니 분당의 어지간한 아파트들은 전세만 해도 7억 정도이고, 매매가는 12억을 상회하네요. 별 수 없이 변두리의 작은 빌라를 구하고 차후에 세컨하우스를 지어 주말생활을 할 땅을 알아보게 됩니다.
땅의 위치 선택 : 여주? 이천? 양평?
완전히 은퇴해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을 것이 아니라면, 도시에서 왕복하는데 너무 먼거리는 힘들 것입니다. 처음에는 장인어른이 계셨던 횡성과 홍천 쪽 땅이 저렴하여 이쪽을 알아보았으나 와이프가 왕복하기에 너무 멀다하고, 저도 회사를 퇴직하고 작은 캠핑장을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수도권에 좀 더 가까운 여주, 이천, 양평쪽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이천은 좀 돌아다녀 보니 생각보다 공장들이 많아서 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많아서 패스했습니다. 주로 여주의 남한강변 쪽을 돌아다니다가 양평쪽으로 알아보았는데 강이 보이면서 교통 등 여건이 좋은 곳은 평당 270만원까지 하는 곳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최저 7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였네요.
땅값에 포함된 것 : 토목공사, 상수도, 하수도, 전기 지중화
집지을 땅을 보러 다니다 보면 보강토나 석축을 쌓아올리고 평탄작업을 해 놓은 소위 '주택단지' 형태로 조성해 놓은 곳을 보게 됩니다. 이런 곳의 땅은 미개발 형태, 즉 자연 그대로의 땅보다 상당히 비싼 가격인데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이게 어떻게 형성된 가격인지 알기 어려운데요. 그냥 자연그대로의 임야를 깎고 옹벽을 쌓아서 계단식 부지를 형성하고, 상수도를 끌어오거나 지하수 대공을 파고, 건축허가를 위한 도로부지를 분할하고 하수도관을 묻고, 전기 인입을 위해 전기/통신 선을 지중화하고 하는 비용들이 오롯히 땅값에 포함되는 것이지요. 개인이 임야 한필지를 구매해서 이런 작업들을 하는 것보다, 개발업자가 큰 땅을 구매해서 한꺼번에 공사를 하면 아무래도 평단 투입단가가 내려갈 것입니다.
도시가 아닌 농촌지역의 땅들은 인구가 밀집된 읍내가 아닌 이상 대부분 도시가스와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원주택 단지에 혹여 도시가스나 상수도 또는 오수관이 인입된다면 상당부분 비용이 절약되고 편의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땅값에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도시가스가 없다면 LPG가스나 등유보일러를 사용해야 하고, 상수도가 없다면 지하수를 파야 하며, 오수관이 없다면 정화조를 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에 수백만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추가로 요새의 주택단지들은 전신주를 없애고 전선을 미리 땅에 묻는 '지중화'를 선호하는 추세인데요. 이것도 땅값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제가 살던 용인의 타운하우스도 전기 지중화 공사가 되어 있었네요.
부지 선택시 꼭 체크해야 할 것 : 상수, 하수, 가스, 전기, 주변 오염원
상수도가 들어오면 좋겠지만, 전원주택단지는 비교적 한적한 산중턱의 낮은 임야를 개발하므로 지하수를 이용해야 하는데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마을 간이 상수도라고 해서 공동으로 지하수를 파서 사용하는 형태이고, 둘째는 개인이 따로 관정을 파는 것입니다. 농사용수가 아닌 깨끗한 먹는 물을 위해서는 대공이라 해서 100m 이상 파야 하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요새는 8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수도의 경우 도시지역은 공용 오수관을 통해 종말처리장까지 보내는 구조이지만, 비도시지역은 개인 정화조에서 물을 정화하여 우수관 또는 근처 구거(도랑)에 방류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혹여 주변에 구거(도랑)나 연결가능한 배수관이 없는 경우 건축허가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잘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가스의 경우 시골지역은 거의 기대를 안하는 것이 좋은데, 혹시 인구가 많은 지역이거나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면 가스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올라가므로 향후 인입 가능성을 기대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LPG가스나 등유난방을 생각해야 하고 도시가스 대비 2배 이상의 지출을 각오해야 합니다. 요새는 건축기준이 까다로워져서 건물들의 단열이 좋기 때문에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첫해 겨울을 나보니 정말 '헉'소리 나는 난방비 지출을 경험할 수 있었네요.
전기의 경우 가장 가까운 전신주에서 20~30미터 마다 한개씩 새로 전신주를 박으면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너무 외진 곳이라면 무상으로 지원되는 몇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본인 부담금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상하수도나 전기는 너무 외진 곳이 아니라면 적어도 중개업자가 매물로 소개하는 곳이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정 걱정이 된다면 '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토지를 다시 환매한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지역에 4계절을 살아보지 않는 이상 소음이나 냄새와 같은 것은 자세하게 알 수 없는데요. 특히 시골지역에서는 돼지나 소의 축사에서 나오는 냄새 문제가 있습니다. 겨울에 땅을 보러 다니면 잡풀이 없고 낙엽이 지기 때문에 땅의 형태는 잘 볼 수 있는 반면 여름철에 나는 냄새문제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횡성에서 좋아보이는 땅을 보고 왔는데,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들이 뭐냐고 중개인에게 물어보니 돼지 축사인데 500m 떨어져있고 냄새는 안난다라고 하였는데요. 집에 와서 그 지역에서 발생한 축사 냄새에 관해 검색을 해보니 10여년 전부터 냄새관련 민원이 엄청나게 심했고, 축사 소유주가 수차례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냄새관련 시설 설비를 등한시하여 현재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중개업자의 말을 100% 믿지 말고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저도 시간이 지나보니 알게되는 것들이 있었고, 계약 당시에는 정말 많은 것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양평 청계산 형제봉을 바라보는 마을 꼭대기 부지
우여곡절 끝에 양평지역 땅들을 보게 되었는데, 자녀들이 나중에 서울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올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땅을 구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평 송파 고속도로가 예비타당성심사를 통과했네요)
용인 타운하우스를 선택했을때도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집 바로 뒤가 산이어야 마음에 드는가 봅니다. 여기도 마을의 맨 위 꼭대기 땅으로 평지는 좁지만 뒤쪽 산에 개발하다만 공터가 약간 있어서 차후 캠핑장을 하기에 용이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뒤쪽 산에 올라가니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청계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와서 가슴이 뻥뚫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공용 마을 간이 상수도(지하수)로 물을 쓰고 있고, 우수관 공사만 되어 있어서 개별 정화조를 묻어야 하고 LPG또는 등유난방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