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농막이나 이동식주택을 시공할 때에는 제작업체에서 만든 자체 도면을 건축설계사무소에 전달하고, 건축설계사무소는 이 도면을 바탕으로 '허가용 도면'을 작성하여 관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하게 되는데요. 8평짜리 이동식주택은 200만원 견적서를 받았었습니다. (개발행위허가, 즉 땅의 토목관련 허가는 측량설계사무소에 별도로 맡겨야 함)
이번 건축에서는 시공사 측에서 실제 공사를 위한 설계도면과 허가까지 같이 하는 것으로 하여 총 400만원에 별도로 계약을 했습니다. 8평짜리 주택의 허가용 도면과 대행비가 200만원인데, 이번에는 (기존 베이스가 있긴 하나) 실제로 설계를 해주시는 것이기에 그 값이 200만원인 것이네요.
1층 평면도 - 안방, 1자 주방, 건식세면대가 있는 세탁룸, 화장실
1층 주방과 마루는 부부간에 가장 많이 고민을 했던 곳입니다. 소형주택이다보니 공간이 작아서 싱크대 넣고 소파넣고 하기엔 너무 좁더군요. 처음에는 주방을 아일랜드 식으로 놔 보았다가, 가뜩이나 좁은 실내가 더 좁아보여서 포기하고 시원하게 일자로 바꿨습니다.
화장실 바로 앞에 세탁기/건조기/건식세면대를 넣어서 약간 전실(?)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는데요. 2층에 따로 화장실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공간... 즉 $이 부족...) 손님이라도 오게 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누군가 양치질을 하고 있더라도, 동시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샤워를 할 수 있으니까요.
2층 집은 필연적으로 계단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죽은 공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계단실 아래에 작지만 냉장고를 넣을 공간과, 뒤쪽으로는 가스 보일러실이 위치하고 있네요. 목조주택의 보일러실은 대부분 계단실 아래에 위치하게 되는데,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대부분 기어들어가야 하고, 그 안에서 일어설 수 없더군요.
1층 바닥재는 리트리버 김보리를 위해 특별히 논슬립 포세린 타일로 요청을 해놓습니다. 바닥에 흙이 좀 있어도 청소하기 편하니까요.
2층 평면도 - 취미방(내 방), 베란다, 악기 연주실
계단실을 올라오면 바로 베란다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벽으로 막아서 방으로 쓸 수도 있다는데, 그냥 오픈해두기로 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집을 벽으로 자꾸 막으면 더 답답할 것 같아서 말이죠. 피아노, 드럼, 색소폰, 기타 등 집에 있는 모든 악기를 여기다가 가져다 놓으면 멋진 악기 연주실(이라기엔 연주를 별로 안하니 전시실??)이 될 것 같았습니다.
창호 확인
1층에는 전망 방향과 데크 방향으로 큰 파티오 문을 2개 내고, 주방 씽크대 앞은 가로로 긴 갤러리창 비슷한 것을 넣습니다. 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실에는 세로로 길다란 창을 내어서 액자같은 느낌을 주기로 했는데요. 설계사무소에서 디자인을 잘 제시해주셔서 크게 많이 변경하거나 고민할 것은 없었습니다.
창호는 모두 미국'식' 2중 로이(Low-e)창호입니다. 패시브주택에 가까워질 수록 3중유리를 쓰는데요. 가성비를 위해 이렇게 추천해주셨네요. 로이유리란 열교환현상이 적다는 의미라고 하며, 유리 사이에 불활성 기체가 들어있어서 열관류현상을 최소화한다고 합니다. 어중간한 국산 2중 샷시문과는 열관류율과 기밀성에서 비교를 불허한다고 하네요.
소방관진입창 ?
이런 것도 있구나... 라고 알게 된 것인데, 2층 이상의 건물은 화재시 소방관이 깨고 진입할 수 있는 일정 크기의 창이 있어야 한답니다. 2층 제 방에는 청계산을 바라보는 전망창이 뚫려있는데, 소방관 진입창을 다른 벽에 뚫기도 그렇고 해서 앞쪽 벽에 기존 창과 붙여서 주문제작하기로 합니다.
전망 창은 환기를 위해 가운데를 틸팅 도어로 했는데, 소방관진입창은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시원하게 보일 것 같네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창은 정 가운데에 진입창 표시 스티커를 붙이고, 왼쪽 구석에는 타격해서 깨는 지점도 스티커로 표시하더라구요. ㅜ.ㅜ
전등, 전열 도면
평면과 창호에 대한 것들이 결정되고 나면, 각종 전등과 스위치 그리고 콘센트와 LAN포트 들의 위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설계 사무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레이아웃을 보내주시고, 건축주가 첨삭하는 과정입니다.
마루와 각 방마다 라인으로 된 간접조명을 요청하고, 실외에서 사용하는 콘센트 몇개를 추가했습니다. 싱크대 위의 콘센트들은 저희가 IKEA 제품을 따로 주문설치하기 때문에, 높이를 미리 알려주어야 하네요.
기존에 있는 설계도에서 살짝만 바꾼다고 했는데도, 도면이 왔다 갔다 핑퐁을 해야 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대략 2~3주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제 건축관련 인허가를 진행하고,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