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신고에 필요한 서류들을 토목설계사무소에 가져다 주고 허가 나는데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았습니다. 무려 5주나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탈하여 느긋하게 마음먹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토목설계사무소 담당자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뭔가 머뭇거리시는 것이 '문제가 생겼구나!'라는 감이 딱 왔습니다. 군청 담당 공무원이 '보강토 옹벽이 아랫집과의 대지경계선을 물고 있으니, 아랫집의 동의서를 받아오라' 라고 했답니다.
그제서야 도면을 들여다보니 많게는 20cm 정도 보강토 옹벽이 아랫집 땅으로 튀어나와 있네요. 보통 이정도는 문제 삼지 않는데, 이번에 새로 온 공무원이 아주 깐깐한 것 같다면서 아랫집하고 친하냐고 물어보시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인터넷에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보니 최악의 경우에는 보강토 벽을 허물고 다시 쌓는 일도 있더라구요. 높이 5미터에 길이가 30미터가 넘는 벽을 허물고 다시 쌓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오라고 하는 그 공무원에게 분노가 차올랐고, 이런 것도 확인해보지 않고 덜컥 땅을 산 내 자신에게도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동의서 양식과 내용
그래서 동의서에는 대체 뭐라고 써서 도장을 받아오는거냐 물으니, 토목설계사무소에서 양식은 작성해서 주셨네요. 인감 도장 찍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라고 되어 있네요. 아... 도장 찍는거야 그냥 찍어주면 되는데, 인감증명서는 본인이 직접 면사무소 가서 발급받아와야 하니 생계를 위해 일하시는 분이라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일단 부딪혀 보자! : 이웃집 방문
이렇게 며칠을 인터넷을 뒤지며 끙끙 앓다가 보니, 이래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되겠구나 싶어서 일단 아랫집을 찾아가 만날 계획을 세우기로 합니다. 저에게 땅을 판 전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아랫집 전화번호와 어떤 성향의 분들이신지를 물어보았는데 다행히 '좋으신 분들이니 잘 이야기하면 동의서 써 줄 것이다.' 라고 해서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랫집에 전화를 걸어서 주말에 집에 계신지 물어보고 금주 말에 찾아뵙겠노라고 약속을 잡고 와이프와 작전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시내에서 맛있는 안주거리와 막걸리를 사가서 인사를 드리고, 와이프가 몸이 안 좋아서 수술한 이야기도 하고 어찌 어찌 하다가 이곳에 땅을 사서 오게 된 이야기도 했습니다. 사모님도 건강문제로 수술하셨다고 해서 대화는 아주 잘 풀렸고, 대지경계선 이야기와 동의서 이야기를 꺼내니 '당연히 써줘야지!' 라고 하셔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UP되어서 그랬는지 술을 좀 과하게 먹고 소소한 사고를 쳤네요. 마루에 기타가 있길래 아는체를 좀 한다고 줄 튜닝하다가 팅~~ 하고 줄을 끊어 먹었네요. 초면에 이런 실례를 하다니... 바로 고쳐드리기로 하고 며칠 후 기타줄을 사들고 갔습니다.
다 일 나가시고 없어서 기타줄 갈아 끼운 후 시험삼아 '모닥불' 한 곡 부르고 나왔습니다. 일이 잘 해결되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혹시나 이웃집과 트러블이 생겼거나 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