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빠진 보강토블럭을 다 채워 넣었으니 뚜껑으로 덮을 차례입니다. 창대산업이라는 곳을 추천받아서 네비를 찍고 가봅니다. 저 멀리서부터 엄청난 건물의 크기에 놀라고, 들어와서 넓은 부지에 두번 놀라고, 무거운 돌땡이들에 세번 놀랍니다!! 보강토블럭과 캡, 벽돌, 보도블럭 등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업체에요.
일단 코돌의 트렁크를 열고 보강토 캡을 실어보는데!! 이놈들 무게가 높이 10cm 짜리가 36Kg?! 코란도 스포츠의 제원상 적재량이 400Kg이니 12개 정도 실으면 끝이네요. ㅠㅠ 이렇게 7~8번 실어 날라 대략 80여장 정도를 날랐습니다. 석재 재료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는 듯 해도, 그 무게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이런 무거운 건축자재들은 팔레트 단위로 유통이 되는데, 한 파레트가 대략 2톤 정도에요. 포터로 실어도 상당량은 과적인 셈이지요. (유튜브 보니 5톤 올리고 멀쩡한 포터가 있다는데... ㅎㅎ)
오는 길에 배가 고파 냉면집에 들렀는데, 거기 화단이 딱 보강토블러과 캡으로 만든 거였어요. 새로운 걸 하나 알게 되면 온통 지나가다가 그것만 눈에 띄는 신기한 현상이지요.
석재 에폭시 본드
보강토 캡에 앙카를 박고 펜스를 칠 예정인데, 아무리 보강토 캡이 무겁다지만 확실하게 고정할 방법을 알고 싶었는데요. 석재 에폭시 본드라는 것이 있답니다. 주제와 경화제를 섞어서 버무려 붙이면 튼튼하게 붙는다고 하네요. 경화제를 넣어서 굳히는 거라면, 대학교 전공시간에 빠데(퍼티)질 할 때 좀 써봤지요. 경화제를 섞어서 버무리는 게 가장 힘들어요. 잊고 있었는데 30년만에 이걸 또 하게 되는군요.
끈적끈적한 겔타입이라 골고루 잘 섞이게 개는게 무척 힘듭니다. 마블링 무늬없이 순수한(?) 연회색이 될 때까지 버무리고 또 버무리면 경화제와의 화학반응으로 약간 뜨듯해지면서 좀 연해지는데 이때 빨리 작업해야 합니다. 5분 이상 지나면 벌써 굳기 시작해요. 아마 경화제를 조금 덜 넣으면 천천히 굳을 거 같은데, 굳이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군요.
한번에 에폭시본드를 많이 섞어놓으면 굳어버리니까, 적당한 양을 버무려서 쓰고 또 섞고 해야 합니다. 버무리는게 귀찮아도 꾹 참고 조금씩...
본격적으로 보강토캡 놓기
보강토캡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생겼는데 라운드진 부분을 처리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직선이나 살짝 굴곡진 부분은 지그재그로 놓으면 되고, 안쪽/바깥쪽 라운드의 정도에 따라서 사다리꼴 모양의 긴 변과 짧은 변을 잘 활용해서 놓으면 됩니다.
앞 마당 쪽은 그나마 햇볕도 잘 들고 거의 일직선 구간이라 금방 끝이 났네요. 문제는 뒤쪽 옹벽인데 여긴 해도 잘 들지 않고 땅에서 습기도 많이 올라오네요. 작업하시는 분들께서 보강토 블럭 윗면에 습기가 차 있어서 에폭시 본드가 잘 떨어진다고 걱정하시더라구요. 석재 에폭시 작업시 영상 8도 이하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기온이 너무 낮으면 경화제의 화학반응도 잘 안 일어나고 잘 붙지 않는 듯 해요.
앞마당을 다 붙이고 뒷마당을 붙이기 전에 며칠 간 보강토 캡을 세워놓고 수분을 말렸습니다. 작업하는 중에는 모닥불도 피우구요. 해가 뜨지 않으면 정말 너무 추워서 일을 할 수가 없네요. ㅎㅎ
거기다가 간간히 비도 오니까 아주 번거롭기 짝이 없습니다. 이때는 뭣도 모르고 철물점에서 큰 비닐 달라고 해서 사왔는데 지금 제가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생각해보니 그 철물점 사장님이 눈탱이를 치셨네요. 보통 손님께서 큰 비닐을 달라고 하면 용도를 물어보거든요. 그래서 비를 막기 위해 몇번 쓰고 버리는 용도라면 0.03mm 짜리 40미터 롤비닐을 드리는데 이건 7000원밖에 안하거든요. 그런데 아래 사진에 덮은 비닐은 박스에 들어있는 하우스 비닐인데 한 박스에 4만원이 넘어요. 좀 저렴한걸로 주시지 젤 비싼걸로 주시다니...
이런 걸 보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았다고 하는건지...
작업 중간에 크게 한번 뻘짓을 해서 하루를 날려먹었는데요. 목수분께서 날이 추우니 석재본드가 잘 안붙을거라시면서 몰탈을 비벼서 붙이면 아주 잘 붙는다고 하시길래 귀가 얇은 저는 냉큼 실행에 옮겼지요. 레미탈과 미장다라, 삽과 흙손을 사가지고 와서 열심히 보강토 블럭을 붙였는데...
다음날 와보니 시멘트가 접착력이 하나도 없네요. 보강토캡을 들어보니 그냥 휭~ 하고 들려요.
역시 지금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보니 그냥 레미탈을 쳐발쳐발한다고 붙는게 아니고, 압착시멘트류나 몰탈접착제 같은 것을 섞어서 사용해야 하는거였어요. 그 분도 목수라서 그런지 디테일까지는 모르고 하신 말씀같네요. ㅎㅎ
여튼 하루를 날려먹은 저는 과감하게 덜 굳은 시멘트를 박박 다 긁어내고 토치로 습기를 말리면서 석재에폭시 작업을 다시 했습니다.
이때 쯤엔 집에 창호가 달려서 잠시 누룽지도 끓여먹고 언 몸을 녹여가며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낮에 잠깐 해가 들어올 때 폭풍작업해서 끝내려고 했지만 산그늘에 건물그늘까지... 어쩔 수 없이 토치만 믿고 보강토 블럭을 한개 한개 구워가며(?) 보강토캡을 붙였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작업이 끝나는 날!! 깜깜한 밤이네요. 다시는 돌 작업을 안해도 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얼른 이쁜 펜스를 주문해서 달아야죠. 그런데, 펜스도 처음 해보는거라 걱정이 태산입니다. 수평은 어찌 맞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