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의 세컨하우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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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자재 구입

펜스 자재가 도착했습니다. 건축사무실 대표님에게 소개받아서 가장 심플하고 저렴한 모델로 주문했어요. 원래 장식있는거 별로 안좋아해서 괜찮아요. (장식 좀 들어가면 가격이 엄청납니다)

펜스 모델명이 '(가격이)착한 펜스'에요.

(가격이) 착한 펜스지만 높이 1.2M에 길이 2M 한 경간에 95,000입니다. 기둥은 별도구요. 기둥은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1.8m 정도면 3만원정도네요. 가장 저렴한 모델로 하더라도 1미터당 자재비가 6만원정도 드는 셈이에요. 저는 총 24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총 길이 30M 정도인데 곡선 구간이 있고 단차가 있어서 기둥 높이가 높고 갯수가 좀 많아요. 

30M 정도 분량의 펜스 자재

보강토 뚜껑까지 올렸으니 이제 무거운 돌과 씨름할 일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후련한 것도 잠시...

비용을 아껴보겠다고 호기롭게 펜스와 데크를 직접하겠다고 한 결정이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왕 결정을 했으니 열심히 나아가야겠지요.

 

SDS 해머 드릴

펜스 작업 중 가장 먼저 할 일은 콘크리트 바닥에 구멍을 뚫는 일입니다. 펜스 기둥 아래에 4개의 구멍이 있는데, 세트 앙카 4개를 미리 박아서 볼트로 기둥을 고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콘크리트나 돌을 뚫으려면 필요한게 해머드릴과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는 드릴날인데요. 앙카작업을 처음 해보는지라 앙카를 박기 위한 구멍은 지름이 얼마인지도 처음 알게 되었지요. 

Kress SDS 해머드릴

펜스설치에 사용하는 앙카는 3/8 인치라고 해서 '삼부 앙카'로 불리는 녀석인데, 이 녀석을 박으려면 직경 14mm 짜리 드릴로 뚫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드릴척이 달려있는 유선 드릴은 대부분 최대 사용가능 지름이 13mm 더라구요. 그럼 대체 14mm 이상의 구멍은 뭘로 뚫는거냐?

그것은 바로 'SDS 해머드릴' 이라고 하네요. 드릴을 체결할 때 벌렸다 오무렸다 하는 드릴척이 아니라, 특수한 홈이 파져있는 드릴날을 드릴 앞부분에 철컥~ 하고 끼우면 빠지지 않는 방식이에요. SDS는 무슨 뜻일까요? 약자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저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인터넷을 뒤져봅니다. SDS : Slotted Drive Shaft or Slot Drive System 이라네요. 슬롯에 끼워서 쓰는 드릴시스템이라는 뜻이죠. 약자 잘 만들었네요. 

3/8인치 세트앙카용 14mm SDS 4날 드릴

건축이던 IT쪽이건 약자가 넘쳐나죠. SDS는 피스 종류에도 있는데, 피스 앞쪽에 철판을 파고드는 날이 달려있어서 '직결 피스'라고 불리는 녀석들 약자도 SDS 입니다. 이건 Self Drilling Screw 라고 한답니다. 

 

대망의 펜스 설치

자재와 공구는 다 갗추었고... 열심히 유투브를 뒤져서 펜스는 어떻게 설치하는지 열심히 찾아봅니다.. 뭔가를 조립하는 것이야 자신이 있지만, 길다란 철기둥의 수평을 어떻게 맞추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는데요. 농원을 하시면서 유투브를 하시는 분께서 기둥 베이스를 망치로 두들겨 휘어서 수평을 맞추는 것을 보고 '원래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가?' 의심이 들었지만 결국 그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두꺼운 와샤를 왕창 사두었는데 와샤가 너무 많이 소비되네요. ㅎㅎ 단차가 조금 있는 곳은 와샤로 수평을 맞추고, 많이 벌어진 곳은 오함마로 베이스를 두들겨서 맞췄습니다. 

 

(1) 기둥 자리잡기, 천공 위치 표시

연필로 앙카 천공 위치 표시

기둥과 기둥사이의 거리를 줄자로 재서 기둥이 자리잡을 곳에 세운 뒤에 베이스판의 구멍을 통해 바닥 면에 연필로 앙카의 천공 위치를 표시합니다. 

 

(2) 드릴 천공

연필로 표시한 천공 위치를 SDS 해머드릴로 천공합니다. 앙카의 길이만큼만 천공해야 하므로 천공 깊이에 주의해야 합니다. 드릴 구매시 포함된 깊이 조절용 가이드를 사용하거나, 드릴날에 마스킹 테이프를 감아서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줍니다.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의 장점은 원하는 깊이 도달시 마스킹 테이프가 천공부위의 돌가루를 다 날려버려서 정지 시점 인지가 쉽다는 것입니다. 

SDS 해머드릴로 앙카 위치에 천공해줍니다.

최초 드릴이 회전할 때 드릴 끝이 콘크리트 표면을 타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서 뚫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풀파워로 돌리지 말고 살살 돌려서 드릴 끝이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강하게 돌리면서 눌러주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3) 세트 앙카 박기 : 앙카 펀치 타격

앙카 펀치로 앙카 박기

세트 앙카는 바깥 쪽의 슬리브를 펀치로 타공하면 끝이 벌어지면서 콘크리트를 꽉 물게 되어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인발(뽑아내기)하중을 버티는 거라고 합니다. 왼손 말고 앙카 펀치를 오함마로 야무지게 때려서 고정시킵니다. 

 

(4) 수평 확인

일단 앙카를 1개만 박고 기둥을 세워 살짝 고정한 뒤에 바닥면과 베이스판이 큰 유격없이 붙었는지와 수평은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제 땅은 아쉽게도 보강토를 올린지 수년이 지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 있더군요. 보강토 시공하면서 바로 캡을 시공했더라면 좀 더 수평이 잘 잡혔을텐데 아쉽습니다. 

1차 수평 확인

수평은 2방향에서 확인해야겠죠. 앞/뒤와 좌/우 2방향에 자석 수평자를 붙여서 확인을 하고 베이스의 어느쪽의 유격이 벌어졌는지 확인한 후 그 부분에 와샤를 고이거나 유격이 너무 크다면 망치로 두들겨서 베이스를 구부려 커버해야 합니다. 

 

(5) 기둥 최종 고정

스프링와셔를 끼우고 앙카를 모두 고정

기둥 베이스의 수평이 어느정도 맞으면 세트앙카의 스프링와셔를 끼우고 너트 최종고정해야 하는데요. 스프링와셔를 쓰는 이유가 잘 풀리지 말라고 하는거랍니다. 너트를 너무 꽉죄면 애써 잡아놓은 수평이 틀어지고 스프링와셔가 무용지물이 되니 임팩트렌치로 부서져라 조이지 않도록 합니다. 

 

(6) 펜스 난간 걸기

펜스 기둥에는 펜스 난간 높이에 맞춰서 연결구를 위한 구멍이 2개씩 뚫려있습니다. 한쪽 기둥에 연결구를 체결하고 펜스 난간을 끼운 뒤, 다른 쪽 기둥에는 난간에 연결구를 끼운채로 볼트를 체결하면 한 경간의 설치가 끝납니다. 

연결구에 난간을 걸어줍니다.

처음 1개 설치를 하고 나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쉽습니다. 직선 구간은 같은 방법으로 쭉~쭉~ 나가면 됩니다. 

비교적(?) 쉬운 직선구간 펜스 설치

단차가 떨어지는 부분

직선구간은 비교적 쉽게 끝났지만 마지막은 단차가 떨어지면서 곡선으로 휘어지는 구간이라 연구가 좀 필요합니다. 일단, 단차가 떨어질 때는 기둥을 긴 것을 써야 합니다. 직선구간의 기둥이 150cm 라면 단차가 떨어지는 곳은 180cm를 써서 한 단씩 낮춰가야 합니다. 

단차가 떨어지는 구간

곡선 구간

가장 난이도가 어려운 곳이 바로 급한 곡선 구간입니다. 한 경간이 2M나 되어서 펜스를 잘라서 곡률을 맞출 수 밖에 없네요. 그라인더가 동원됩니다. 

그라인더로 길이를 잘라서 곡선에 맞춥니다.

곡선이 크게 휘어진 부분은 펜스를 60cm 까지 짧게 잘라야 해서 생각보다 기둥과 연결구 부속이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곡선부위의 펜스 설치 모습
태양광등으로 마무리

펜스 설치 마지막에는 기둥캡을 그라인더로 따내고 태양광 등을 부착해줍니다. 밤에 경계의 위치도 알려주면서 미적인 기능도 담당하게 되죠. 

 

보강토캡 보강 : 웨지(Wedge) 앙카

펜스의 곡선부분은 한가지 걱정꺼리가 있었는데, 해가 잘 들지 않는 응달이라 습기가 많았고 너무 추운기간에 에폭시본드 시공을 해서 과연 이것이 안 떨어지고 잘 붙어있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아래가 5M가 넘는 옹벽이고 이웃집이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50mm 세트앙카를 박다가 고착된 앙카펀치

펜스를 치다가 보니 캡 몇개가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보강책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길다란 세트앙카로 캡을 관통시켜 아래의 보강토 블럭에 박아버리는 것인데요.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냉큼 실행에 옮겼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하고 맙니다. 첫 시도에 앙카펀치가 빠지지 않아 털썩 주저앉아버렸네요. 

세트앙카용 구멍에 앙카펀치가 너무 깊게 들어가면 안되는거였습니다. 철물점을 하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니, 앙카캡이라는 것을 따로 파는데 이것을 여러개 사서 구멍근처까지 앙카캡을 쌓아서 앙카펀치로 때려야 하는 거였네요. 아뭏튼 저때는 멘붕에 빠져서 다시 며칠을 고민하다가 '웨지 앙카'라는 것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치며 주문했습니다. 

웨지앙카 시공 모습

웨지(Wedge)란 빗면, 경사면, 쐐기라는 뜻인데 쐐기 모양으로 썬 감자를 웻지 감자라고 한다지요? 이 웨지 앙카는 세트앙카와 달리 앙카펀치라는 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타공 후 망치로 때려넣고 너트를 잠궈버리면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좀 특이한건 세트앙카는 1/4, 3/8, 1/2, 3/4 이렇게 인치로 사이즈를 표기하는데 웨지 앙카는 M8, M10, M12 이렇게 mm 로 표시합니다. 또 세트앙카는 볼트 직경보다 머리가 커서 3/8 앙카는 10mm가 아니라 14mm로, 1/2 앙카는 17mm로 뚫어야 하지만, 웨지 앙카는 직경에 맞춰서 M10이면 10mm, M12mm이면 12mm로 뚫어주면 됩니다. 미터법에 익숙한 조선놈인 저에게는 웨지 앙카가 더 친숙하네요. 따로 외울 필요없이 표기된 숫자대로 드릴사이즈를 고르면 되니 얼마나 직관적입니까? ㅎㅎ

 

손을 호호 불어가며 직접 시공했던 펜스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다시 집 건축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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