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장인어른 댁에 간김에 마당에 타프를 치고 화목난로를 세팅하여 고기를 구워먹고 왔습니다.
화목난로는 연통때문에 세팅을 고민해야 하는데, 듀랑고 쉘터같은 면재질에 연통을 위한 구멍작업(홀잭)이 필요없는 걸 새로 살까 하다가, 최대한 아껴보자 해서 석기시대 유물을 꺼내어 홀잭 작업을 하였습니다.
요새는 이런 비자립식 타프스크린을 잘 안쓰는 추세인 듯 합니다만, 더 이상 못 쓸때까지는 이걸로 버티기로... ㅜㅜ
와이프에게 미싱작업을 부탁해보았으나, 500년 묵은 취미용 미싱은 전원 어댑터가 온데간데 없고, 바늘로 수작업을 시도했으나 벨크로가 너무 두꺼워서 바늘 관통이 안되네요. 집근처 세탁소에 싣고 갔더니, 아주머니는 아니 이런걸 가져왔냐면서 못한다고... 아저씨께서는 승부욕이 불끈 올라오셨는지 해보자고... 열심히 도와드려서 결국 잘 되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타프 접어서 가방에 넣는 것도 도와주셨네요. 5천원 달라시기에 너무 싸다고 1만원 드리고 나왔네요.
몇 번의 연습끝에, 이젠 혼자서도 타프 스크린을 칠만 합니다. 칠 땐 힘들어도, 일단 쳐 놓으면 크기가 커서 뿌듯해요. 저가형이라 폴대가 두랄루민이 아닌 그냥 '쇠'라 개무거운게 단점이죠.
난로 바닥에 그냥 장작을 바로 올려서 그런지 불이 잘 안붙습니다. 그 돈가스 전문점에 가면 돈가스 올려놓는 그릴(?) 같은게 있으면 좋을 것 같군요. 고체연료와 종이를 퍼붓고 토치질을 해서 어찌 붙이긴 했습니다.
난로 재질이 티타늄이라 무지개색으로 색이 변하는 군요. 예전에 R1200R 매니폴더가 티타늄이라 저런 색으로 변했던게 기억납니다. 화력이 쎄지니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식사 끝나고, 저는 노곤하게 장작을 계속 때면서 멍때려봅니다. 가져간 장작 10Kg을 다 때고 또 아쉬워서 바깥에 표고버섯 키웠다가 지금은 폐목이 된 놈들 껍질을 벗겨다가 더 태웠습니다. 연기가 바깥으로 빠져서, 몸에 불냄새가 안 배서 아주 좋아요.
한가지 단점은, 난로 크기가 작아서인지 적당히 때서는 이정도 크기의 타프 내부가 훈훈해지지 않네요. 아주 그냥 용광로처럼 풀파워로 때야 그나마 좀 따뜻한 수준이에요. 불구멍 닫고 불 오래가게 한다음 잔다거나 하는게 안되겠네요. 등유 난로나 무시동 히터가 별도로 있어야 할 듯 합니다. 아니면, 펠릿 투입기를 쓸 수 있는 커다란 화목 난로가 있거나요. 바이크에 싣고 다닐라고 일부러 완전 분해되는 모델을 샀더니 결국 모든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군요.
그래도, 처음 경험해보는 화목난로는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겨울에도 캠핑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