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집은 봄이면 주인이 바뀌고, 강원도에 올 일이 없어지겠군요. 장인어른이 편찮으셔서 어쩔 수 없네요.
일단, 마당의 표고버섯 폐목들을 일정 크기로 잘라서 쌓는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말려서 화목난로 뱃속으로 들어가겠죠. 지금은 축축해서 연기가 많이 납니다. 그런데, 엔진톱에 마지막으로 시동건게 언제인지 장인어른도 기억을 못하시네요. 유투브에 모델명 넣어서 시동거는 법 찾아보고 그대로 했는데, 팔에 쥐가 나도록 땡겨도 걸리지가 않네요. 플러그가 젖었나 싶어서 열어서 플러그도 말리고 닦아보고, 실린더 내부도 털어보고 별짓을 다해서 시동을 걸긴 했습니다.
폐목은 첫날 힘들어서 다 못하고, 이튿날까지 했는데 몇개 남았지만 휘발유가 떨어진 김에 그냥 종료했습니다.
이 집에는 기름보일러와 심야전기 온수보일러가 있는데 기름보일러 작동이 안된다고 하시네요. 심야전기는 밤11시에 전원이 들어오는지라 화목난로를 열심히 때야 할 거 같아서, 장작을 열심히 준비해봅니다. 장작크기로 잘라지지 않은 큰 나무를 엔진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쪼갭니다. 엔진톱의 날이 수명이 다 한 것 같아요. 무지하게 안잘립니다. 어차피 이번만 사용하면 쓸 일이 없으니 힘으로 눌러서 잘라봅니다. 이게 또 벚나무라고 하던데 참나무보다 훨씬 단단하네요.
이제 도끼질로 1/4, 1/2로 쪼갭니다. 이영차~ 뽀각~~!!!
마른 장작이 한방에 뽀개질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장작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캠핑용 화롯대 수준을 생각했네요. 장작 먹어치우는 속도가 장난이 아닌 거북선 화목난로입니다.
아버님은 온수매트에서 주무시기로 하고, 저는 가져간 파워뱅크와 DC 온열매트를 시험할 겸 여기서 자기로 합니다.
보일러가 안들어오니 화목난로가 꺼지면 실내온도가 20도에서 10도 정도로 내려가네요.
DC온열매트를 깔고 면이불과 담요 2개를 덮으니 온기가 잘 보존되어 따듯합니다. 콧물이 좀 나긴해도 잘만하군요.
이웃집에 들러서 인사도 드리고...
웬 고양이가 뒹굴고 있었는데, 누군가 치즈냥이를 두들겨패서 주변에 버리고 갔다고 합니다. 쩔뚝쩔뚝하고 돌아다니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걸로 봐서 키우던 고양이라고... 병원에 데려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보살펴주셨네요. 그랬더니, 까만 길냥이도 더부살이를 시작했답니다. ㅎㅎ
겨우내 보일러가 동파되면 안되니, 기술자를 불러 점검을 해봅니다. 심야 온수보일러는 사실 온수기였고, 기름 보일러는 작은 부품하나가 고장나서 시동이 안걸린거였군요. 바쁘다 어쩐다 투덜거리더니 10만원을 받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