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의 세컨하우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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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바라보는 창문을 벽으로 막으라고?

골조공사가 한창일 무렵 자격 시험차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아랫집 이웃께서 장문의 카톡을 보내셨더군요. 내용인 즉슨, "네가 집을 우리집과 너무 가까이 지어서 우리 마당이 내려다보이니, 그쪽으로 창문이나 투명한 문을 내면 안된다. 벽으로 막아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진짜인가 싶어 카톡의 내용을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답니다. 그런데, 진짜였습니다. 저희 집 이전에 다른 집들 지을 때도, 본인 집 쪽으로는 절대 창문을 못내게 했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도대체가 말이 되나 싶어서 카톡으로 열심히 싸워보고 통화도 해보았지만 도저히 말이 통하지를 않았습니다. 나중에 1.5미터 높이의 펜스를 치고 나무를 심어서 시선도 차단할테니 걱정마시라는 말에도 펄쩍 뛰면서, 여름에 자기 등목도 해야 되고, 손자 손주들 놀러와서 옷벗고 물놀이도 해야 하는데 절대 안된다네요. 지적도 문제로 동의서 받을 때에는 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의 가장 중요한 전망을 포기하고 거기를 쌩벽으로 막으라니 너무 화가 났습니다. 이런 억지에는 무슨 법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먼저 집을 지었고, 시골은 다 그렇다는 논리입니다. 

 

차시막을 치기로 하다

이와 관련된 법을 찾아보니 인접하여 집을 짓는 경우 나중에 지은 집에서 먼저 지은 집의 내부가 들여다보일 경우에는 나중에 지은 집에서 적절한 차시막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그것 이외에는 어떠한 의무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방으로 뚫려있는 자기집 마당을 보지 말라고 남의 집의 설계를 바꿔야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월권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에 절대 응할 생각이 없고 추후에 적절한 차폐 수단으로 막아드리겠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계속해서 카톡으로 저를 괴롭히시더군요. 

처음에는 혹시 집짓는 소음등으로 불편을 겪으실까봐 공사 진행과 중장비 들어오는 일정 등등 친절하게 공유드렸었는데, 이 사건 이후로 딱 끊어버렸습니다. (사실, 처음 기초공사할 때 굴착기 들어온다고 하니 뭔가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계속 해달라고 하셔서 난감했었거든요)

마당이 보이지 않도록 방부목으로 벽을 세우기로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와이프가 '그러지 말고, 일단 공사하시는 분들에게 부탁해서 나무로 벽을 세우면 좀 누그러지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을 내어서 그렇게 진행을 했습니다. 높이 1.7m에 폭 3m로 차시벽을 세워달라고 했죠. 당연히 비용은 드린다고 했는데, 목수 2명 일당과 재료비로 89만원의 청구서가 날아왔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다

1.7m x 3m 차시벽

골조공사하시는 분들이 벽을 만드니, 구조가 경량목구조 데크처럼 생겼네요. 바람에 넘어가지 않도록 20cm 보강토 캡에 1/2인치 앙카를 이용하여 고정한 후, 2x4 방부목으로 임시 장선과 보를 짜서 구조를 보강해놨네요. 손으로 잡고 흔들어보니 나중에 본격적으로 데크를 깔기 전까지 문제없이 버텨줄 듯 했습니다. 

 

차시벽 1미터를 더 늘려달라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어느날 아랫집 아저씨와 마주쳤는데 벽 친건 아주 잘했다고 하면서 그래도 오른쪽으로 조금 비쳐보이니 1미터만 더 막아달라고 하는겁니다. 

3미터 차시벽 오른쪽을 더 막아달라는 아랫집 아저씨

자그마치 89만원을 들여서 제가 꼭 해야 할 의무도 아닌 벽을 미리 쳐드렸는데, 1미터를 더 늘려달라니...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더 이상 군소리 못나오도록 해드린다고 했습니다.  

 

방부목 벽 셀프 작업

건축학교에서 농막짓는 것을 배우고 왔으니 손이 근질근질한 김에 벽을 직접 만들기로 합니다. 이미 공사하시는 분들이 3미터 짜리 벽을 만들어 놓았고, 구조를 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것이라 쉬워 보였습니다. 

2x4 방부목과 120mm 데크재

대략 도면을 그리고 자재를 주문합니다. 틀은 2x4, 2x6 방부목으로 짜고, 벽면은 120mm 데크재로 막습니다. 딱 저만큼 자재가 10만원어치네요. 

 

각도 절단기로 재단작업

각도절단기로 자재들을 재단하고, 오일스테인을 발라 말려줍니다. 

치수에 맞게 재단하여 오일스테인을 칠해둔 자재들

날이 추워서 캠핑용 화로에 장작불을 때놓고 작업을 합니다. 이때는 철물점에서 파는 '고체연료'라는 것을 몰랐는데, 이게 아주 추운날 작업에는 좋은 열원이더라구요. 

사각틀의 직각 맞추기

구조물 제작에는 수직/수평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축학교에서 배운대로, 사각틀의 대각선 길이를 재서 맞춰가며 직각을 잡습니다. 

데크 방부목으로 벽체 막기

틀만 직각으로 잘 맞춰서 만들고 나면, 데크 방부목으로 벽체를 막아 완성하는 것은 금방 끝납니다.  

폭 1미터 짜리 추가 벽체 완성

가운데 장선이 하나 들어간 추가 벽체가 잘 만들어졌나 싶었는데, 나중에 벽을 세우고 보니 방부목 두께 한장 만큼 부족해서 이걸 수정한다고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네요. 치수계산하다가 착각을 했더라구요. 

벽체를 바닥에 고정하기 위해 해머드릴로 세트앙카용 구멍을 천공하고 1/2 앙카를 넣은 후 앙카펀치로 고정합니다. 

1/2 앙카 고정

그리고 벽체의 아래쪽 깔도리에 앙카가 들어갈 구멍을 목공용 드릴로 천공하여 끼워넣고 너트로 고정합니다. 

완성된 1m 추가 차시막

왜 내가 이런걸 해야하지? 라고 시작한 작업이지만, 작업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간만에 손좀 풀었다고나 할까요? 역시 뭔가를 만드는 것은 재미가 있습니다. 

 

 

2023.02.17 - [분류 전체보기] - [세컨하우스] 타이벡, 전기공사, 방통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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