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은 이케아를 너무 좋아합니다. 사실 많은 주부들이 이케아를 좋아할겁니다. 이케아에 이쁘게 꾸며져 있는 침실이나 주방을 보고서는 그대로 떠다가 우리집에 앉혔으면... 하는 상상을 해보셨을 거에요.
'이왕에' 집을 짓기로 한거, 주방을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자기 입맛에 맞게 꾸미고 싶다는 마님때문에 이케아에 출근도장을 찍다가 셀프플래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간단한 3D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주방을 꾸며볼 수 있는데요.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Drag&Drop으로 설치하고 예상도를 3D로 확인할 수 있어서 아주 좋더군요.
마님이 원하는 주방은 카페처럼 깔끔하고 빈티지하면서 상부장이 없이 탁트여보이고, 그릇들이 지저분하게 밖에 나와있지 않고 모조리 하부 서랍장에 수납되는... 그렇다고 합니다. 하얀색 벽, 하얀색 후드, 하얀색 씽크대입니다. 하얀색은 좁은 집을 조금이나마 넓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선택했습니다.
셀프플래닝은 집에서도 가능한데, 계약을 하려면 이케아에 가야 합니다. 매장 내에 담당 코너에서 간단한 상담 후에 계약을 진행하며 실측 일정도 잡습니다. 셀프 플래닝이다 보니 도면의 치수가 실제와 다를 수 있어서, 시공을 위해 전문가(?) 시점의 실측을 하는 것이겠지요.
실측 - 설치비 견적
계약서를 쓰고 며칠 후에 실측하시는 분이 오셔서 주방의 크기와 설치에 필요한 각종 치수를 실측하였습니다. 앵글밸브의 설치 유무와 설치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같이 점검하는데요. 실측 후 건네받은 리포트 용지를 보니 그간에 소비자와의 분쟁을 통해 다져진(?) 노하우가 담겨있는 느낌입니다.
여기는 마을 꼭대기 산자락이라 주차니 뭐니 하는 것들은 해당사항이 없고, 몇가지 체크사항이 나왔습니다.
(1) 설치 전 앵글밸브 설치되어 있어야 함
(2) 앵글밸브 위치가 애매해서 해당 위치에 서랍장이 안들어갈 수 있음 => 이 경우 일반 사물함으로 교체시공
(3) 후드를 타사제품으로 설치 : 설치는 해드리나 전기 콘센트 완비 필요하며 설치 높이 확인요
(4) 상판 길이가 길어서 상판 분할 필수 => 고객과 분할 위치 협의 확인
(5) 남는 자재 소비자 직접 반품 확인
(5)번은 좀 의아했는데요. 시공하시는 분들이 가져가서 반품처리하면 될텐데 굳이 소비자에게 시키는 이유는 모든 공정이 외주로 움직이기 때문이래요. 즉, 이케아는 시스템과 물건만 제공하고 실측, 배달, 시공 뒷부분은 계약된 외주업체가 진행을 하는 거랍니다.
실측이 끝나서 세부요소가 확정이 되면 설치비 최종 금액이 나옵니다. 저희는 약 523,000원 나왔네요. 사실 주방 리모델링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이 금액이 싸다 비싸다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자동차 정비 내역서처럼 세부적인 설치비용이 다 나와있으니 그래도 믿음이 좀 가는 편입니다.
배달
이건 좀 너무했다 싶긴 합니다. 배달은 또 다른 업체에게 외주를 주는데요. 설치 기사분이 이케아에서 물품 수령해서 오는 줄 알았거든요. 이케아가 몇 군데 없어서 설치기사분들이 더 불편할 수도 있으려나요? ㅎㅎ
배송 기사분은 이케아에 불만이 많으셨는데요. 뭔가 일하기는 까다로운데, 돈은 적게 주는 것 같습니다. ㅎㅎ 이번 계약기간 끝나면 안한다고 하시네요.
이건 다른 거지만... 마님께서 애정하는 스타일의 빈티지 냉장고가 도착했습니다.
이 냉장고의 장점은 오로지 '이쁘다'입니다. 전기 효율도 안좋고, 용량도 작고, 비쌉니다. (동급 용량 타제품 대비) 이쁘지만, 옥의 티라면 저 전체 덩치에 걸맞지 않게 큰 커다란 손잡이에요. 저거 바꿔보려고 분해하려고 했다가 포기했네요. 안빠집니다. -,..- 집이 작다보니 계단실 밑에 자투리공간을 냉장고룸으로 써야 하는데, 저기 들어가는 냉장고 중에 이쁜걸 찾은것이에요.
설치
대망의 설치 날입니다. 아침 일찍 기사 2분이 오셔서 쓱싹쓱삭 설치를 시작하십니다. 공구들이 죄다 노란색 Dewalt네요. 커피와 도너츠를 드리고 나서, 조금 있다가 도너츠 남았으면 저도 1개 먹으려고 다시 와보니 다 없어져있더라구요. ㅎㅎ 아침을 안드시고 오셨나봅니다.
밑판과 벽면이 금방 조립되었습니다. 수평자를 쓰지만 역시 요즘은 레이저레벨기가 필수이네요. 타일 작업자분들의 레이저레벨기와는 다르게 무척 깔끔합니다. 가성비 좋은 중국모델이네요.
주방 씽크대의 핵심 포인트! 우리 부부가 심혈을 기울여서 고른 주방용 수전입니다. 집의 컨셉을 유럽 프랑스 풍으로 하자고 하여서(정작 프랑스는 가본 적 없음 -,.-) 수전과 조명에 황동이 들어간 것들을 많이 골랐네요. 사실 자바라가 있는 제품을 하고 싶었는데 인증문제로 판매가 되지 않고 있었어요.
수전이 달리고 나니 역시 이걸로 하길 잘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비닐을 떼지 않은 상태지만 아름답네요. 점점 집이 완성되어가는 뿌듯함이란...
후드는 갓이 창문 바로 위까지 오도록 최대한 내렸습니다. 후드의 플렉시블 덕트가 환기구에 연결된 모습을 잘 보세요. 구조를 대략 알면 구멍을 어디에 뚫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는데, 시공하시는 분들이 잘 모르는 타사 제품으로 할 경우 타공위치가 안맞는 경우가 생기네요. 저도 구멍 위치를 수정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