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진들을 쭉 훑어보니 8월5일에 측량을 하고 9월10일에 굴착기로 부지정리를 했네요. 공사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마음이 급해집니다. 크리마스 가족 파티를 집에서 할 수 있을것인지! 대표님에게 간곡히 부탁했더니,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물과 정화조 연결이 되도록 일정을 잡아보신다고 하셨네요.
간이화장실
땅이 딸랑 100평인 우리 부지는 정화조공사를 하려면 도로에서 집까지 땅을 모조리 뒤엎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표님이 비계 정리하고 쓰레기 다 정리한 후 마지막에 일정을 잡아놓으신 것이네요. 공사를 위해서는 임시전기와 물, 임시화장실이 필요한데요. 가끔 화장실 없이 공사하시는 건축주때문에, 주변 숲이 X밭이 되버려서 마을 주민들께서 아예 규약으로 정해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건축계약할 때 임시화장실도 포함해서 견적에 넣었었죠. 임대형식이고 설치 및 수거까지 해서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수거할 때는 내용물(!)을 다 흡입한 후에 화장실은 트럭에 따로 싣고 가는데요 날씨가 추워서 배설물이 얼었는지 물을 몇 양동이 떠다가 붓고 나서야 흡입이 되었습니다.
정화조 및 배관공사 견적
집을 짓는 공정 중에서 중장비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공정은 중장비가 들어왔을 때 한꺼번에 작업을 해야 장비 대여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공정상 순서가 엄연히 있기 때문에 무조건 모든 공정을 몰아서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특히 양평과 같은 수변지역에서는 정화조 매립시 사방이 막힌 콘크리트 박스 안에 묻게 되어 있어서 비용도 많이 들고 땅도 더 많이 파야 한답니다. 제가 구매한 부지는 우수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공사가 미리 되어 있지 않은 땅이라 빗물받이와 배관 매립도 해야 해서 정화조 업체에 같이 진행을 요청드렸습니다.
견적서는 정화조 공사 일체 460만원, 빗물받이 등 배관공사 일체 382만원해서 총 8,423,000 나왔네요. 건축 대표님에게 물어보니 일반적으로 이정도 견적이 나온다고 합니다. 정화조 업체 사장님이 땅꼬마 굴착기는 0.5일로 견적했는데, 현장 상황상 시간이 늦어지면 추가 비용내고 1일로 바꿀 수 있다고 미리 알려주셨네요. 집짓는 단계마다 1차, 2차, 3차 이런 식으로 기성금을 건축회사에 내는데, 이제 거의 다 되었다 싶은 시점에 이런 거금이 턱! 하고 나가니 허리가 휘청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안할 수 는 없는 것이니...
정화조와 배관 자재 도착
아침 일찍 자재와 6W 굴착기가 도착합니다. 콘크리트 박스만 해도 어마어마한 무게니까 중장비가 있어야 하차를 할 수 있겠네요.
변기오수와 생활하수(씽크대, 샤워장)가 같이 처리되는 오수합병정화조입니다. 2칸으로 되어 있고, 브로워라는 에어펌프를 통해 호기성 세균이 활발하게 분해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답니다.
땅이 협소해서 자재들을 조심조심 내리고 있습니다. 자재를 내리고 5톤 트럭이 빠지고 나면 땅파기 작업이 시작됩니다.
처음 부지를 정리할 때 맹활약을 펼쳤던 6W(육따블)이 돌아왔습니다. 12월 중순 한참 추울때라 땅이 얼어있는데도 순식간에 땅에 길다란 홈을 내버리네요. 건물에서 정화조까지 배관길을 내는 것이라 폭이 좁은 버킷으로 시작합니다. 사장님께서 땅이 60전 정도 얼어있다고 하시네요. (현장에서는 '센티'를 '전'으로 부르는데 짧고 부르기 편해서라고 합니다. 일본식 용어로 추정됩니다)
잘 판다 싶었는데, 커다란 암반이 나와버렸습니다. 굴착기 기사님이 '올것이 왔구나'라는 표정으로 한숨한번 지으시고, 버킷을 브레이커(뿌레카)로 바꾸십니다. 땅~ 땅~ 땅~ 땅~ 하며 암반을 부셔버리네요.
정화조 매설 후에는 가로 세로 1미터 짜리 콘크리트 집수정을 매설하고 정화조 배수파이프와 우수관을 여기에 연결해줍니다. 1미터면 꽤 큰 집수정인데, 정화조보다는 훨씬 작아서 금방 끝나네요.
이렇게 집수정까지 모인 하수와 우수는 대형 이중관을 통해 마을 도로 하부에 매설된 콘크리트 흄관을 통해 하천까지 내려갑니다. 이제 300mm 이중관을 매설할 차례입니다.
콘크리트 흄관 상부를 깨서 90도 엘보로 300mm 이중관을 끼워넣는 작업인데, 사장님께서 오함마를 직접 휘두르시며 순식간에 해치우셨네요. 300mm 관 이음매를 열수축밴드로 쪼이고 이중관과 흄관 사이에 기밀작업을 하면 배관작업이 끝납니다.
아주 중요한 작업이 하나 있었는데, 마을 공동 지하수탱크에서 내려오는 수도관을 찾아서 끌어오는 일입니다. 부지 공사하셨던 원소유주에게 물어보니 콘크리트 흄관과 같이 묻었다고 해서 굴착기 기사님이 조심조심 하면서 흄관 주변을 팠습니다. 사장님의 연륜이 담긴 촉으로 금방 찾은 듯 싶습니다. 50mm 검은색 PE관이 나왔습니다. 기존에 묻힌 관 사이즈를 알아야 이것에 맞는 부속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50mm 관에서 20mm 관을 딸 수 있는 '새들'이라는 부속을 사오셔서 상수도관을 건물까지 끌어갔습니다.
땅꼬마 굴착기 : 건물 주변 집수정 및 우수배관 매설
큰 형님 6W이 정화조와 대형 집수정, 300mm 이중관을 묻을 구덩이를 파는 동안, 무게가 2톤이 안되는 땅꼬마 포크레인이 집주변을 돌면서 우수배관을 묻습니다. 간간이 소형 집수정도 놓고, 건물 앞쪽에 멀티 오수관과 부동전도 매설합니다.
굴착기들은 크기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른데 육따블은 버킷의 용량이 0.6루베, 공투는 0.2루베라고 합니다. 공투 아래 체급들은 008, 010, 012, 015, 017, 018 이렇게 부르는데 이것은 굴착기 장비의 무게라고 하네요. 017이면 대략 1.7톤 정도이고 농업용으로 쓰이는 가장 작은 008이나 010은 800Kg~1톤 정도 나가는 거지요.
미니 굴착기들은 포도 좁고 트랙의 좌/우가 벌어졌다 오무라졌다 하는 가변 트랙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아서 협소한 공간의 작업이나 실내 철거등에 사용된다고 해요. 저희 집도 뒤쪽은 벽과 펜스의 간격이 1.5~2미터 밖에 안되는데 6W 같은 큰 장비는 절대 작업이 불가능이죠.
콘크리트 기초 하부에 상/하수도 배관이 모여있는 곳 아래를 파고 상수도 인입관에 PE수도관을 연결하고, 부동전라인도 빼서 연결합니다. 위쪽에 있는 100mm 오수관과 75mm 하수관은 멀티 오수받이 세트에 같이 연결되어 합쳐지며, 정화조까지 하나의 파이프로 연결됩니다.
지붕과 2층 테라스로 떨어진 물이 총 3개의 선홈통을 따라서 내려오기 때문에 각 선홈통 자리마다 작은 집수정 1개씩을 매설합니다. 선홈통에서 떨어지는 물이 소형 집수정에 모였다가 100mm PVC 파이프를 타고 토지 입구에 있는 대형 집수정으로 이동합니다.
전기 지중화 공사
건축설계할 때 특별히 제가 요청한 건 아닌데, 전봇대에서 건물까지 이어지는 전기선을 땅으로 뭍게 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중장비 들어온 김에 전기선도 같이 묻도록 일정을 잡아주셨습니다.
'물들어 올 때 노젓는다!'
중장비가 바로 '물'이로군요. 귀하신 몸입니다. 하루에 60만원... 지금은 더 올라서 65만원이에요.
미니 굴착기가 우수관 공사를 후딱 마치고 전기선 매립을 위해 땅을 팝니다. 검정색 CD전선관에 전력선을 넣어서 뭍습니다. 전기업체에서 두분이 나오셔서 작업을 했습니다.
통수 검사
상수도관이 연결되었으니 집안의 모든 수전에 물이 잘 나오는지, 새는 곳은 없는지 검사를 합니다. 다행히 물은 다 잘 나왔고, 양변기 고압호스가 헐겁게 체결되었는지 물이 똑똑 떨어지길래 풀어서 다시 조였습니다.
물이 나오니 세상을 다 얻은 듯 신이 납니다. 아직 전봇대 세우고 정식 전기도 들어와야 하고 데크도 해야 하고 정원도 만들어야 하고... 아직 남은 할 일이 많습니다.
공사 완료 - 장비 철수
의사가 수술 끝나고 환자 피부를 바늘로 꿰메듯이, 헤집었던 땅을 다 덮고 철수합니다. 공사할 때는 난리통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해졌네요. 6따블 엉덩이가 빵빵한게 귀엽네요. 이러다가 정들겠어요.
아직 정식 전기가 설치되지 않아서, 전봇대가 올 자리까지 전선만 빼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차단배수로는 시간이 부족해서 다음날 완료되었고, 0.5일 사용하기로 한 미니 굴착기는 0.5일 사용료를 더 지불했습니다.
정말 하루에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네요. (물론 제가 아니고 중장비와 인부들이...) 글쓰다가 손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그래도 사진을 착실하게 남겨둬서 다행입니다. 이런 공사를 현장에서 전부 다 지켜본다는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이때는 백수라서 가능~~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