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의 세컨하우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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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산업디자인(제품디자인)이어서, 전공과목으로 1992년에 '사진기법'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SLR(일안리플렉스렌즈) 카메라를 만져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현금 40만원을 들고 가서 흥정하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사진 찍는 것을 도와주던 선배가 쓰던 모델이 '삼성 Dynax-7000i'이었는데, 몇번 손에 만져봐서 익숙하기도 하고 선배가 강력 추천하기도 해서 똑같은 것을 구매했었네요. 렌즈 살 돈은 당연히 없어서 35-105mm (광각쪽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네요) 줌렌즈 하나로 주구장창 버텼는데, 그나마도 기숙사에 도둑이 들어서 가방에서 카메라만 훔쳐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10년 넘게 사진을 잊고 살던 중에 첫 아이를 낳고 셔터반응이 빠른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2006년 캐논 400D를 구매했었죠. 그때는 크롭이 뭔지 풀프레임이 뭔지도 몰랐고, 여전히 렌즈가 비싸서 번들렌즈와 50mm, 70-200mm(헝그리줌) 같은 20만원 미만 렌즈만 몇개 사서 찍었습니다. 그래도, 그시절 폰카나 똑딱이카메라보다는 훨씬 잘 나왔기에 만족했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어지간한 폰카화질이 400D 정도는 씹어먹는 것 같습니다. 

 

A7M2 + 소련제 수동렌즈 JUPITER-8 50mm / iPhone11

풀프레임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있을 때, '이종교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옛날 동독이나 소련에서 만든 라이카용 렌즈들을 어댑터에 끼워서 쓰는 개념인데, 미러리스 특성상 거울이 없기 때문에 미러들어갈 자리에 어댑터가 들어갈 공간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캐논, 니콘 등의 DSLR용 렌즈들도 어댑터만 구비하면 쓸 수 있습니다. 35mm는 캐논의 '사무방'이라 불리는 F2.0 짜리를 샀는데, 어두운 곳에서 촛점을 헤매는 것만 빼면 화질은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소니의 살인적인 렌즈값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요. 

 

eBay에서 뒤져보니 라이카 m39 호환 렌즈 중에서도 Jupiter3 35mm 나 캐논 35mm 같은 것들은 20만원~100만원을 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일단 사진이 어떻게 나오는지 확신이 없기에 10만원 아래의 렌즈 몇개를 구매하여 보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구매한 Jupiter8 50mm가 가장 만족스럽네요. 

 

조리개는 F2.0~22 이며, 구세대 렌즈 설계 특성상 최단 촛점거리는 1미터정도로 최신 렌즈처럼 20~30cm 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50mm 화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35mm 일 경우는 근접샷이 조금 더 아쉽겠네요. 

배경 흐림도 어지럽지 않고 괜찮아 보이네요. 

 

디지털바디의 색감은 인위적으로 자동조절되는 면이 있기에 뭐라 말하기 애매하지만, 확실히 캐논 사무방에 비해서는,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더 나는 것 같습니다. 선예도가 최신 렌즈처럼 칼같지는 않지만, 정말 예전에 이런 정도의 렌즈였다면 모자람이 없었겠구나... 싶습니다. 이 렌즈의 생산년도가 1960~68년 정도라고 하니 놀랍네요.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대체로 천정의 백색 조명 하나로 마루나 방 전체를 밝히는 방식을 쓰는데, 서양인들은 약간 색온도가 낮으면서 부분조명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무선으로 조절되는 Dimmer인데 이거 되게 편해보여서, 안방 침대에서 안방 천정등 조작하려고 구매했습니다.  

 

35mm가 스냅용으로 더 좋다면, 50mm는 인물 쪽에 더 좋은 것 같네요. 50mm로 실내에서 좀 넓게 찍으려 하면 더이상 뒤로 갈 공간이 없어서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하실에 누구나 이런 정도는 있잖아요? 그렇잖아요? ㅎㅎ

 

붉은끼 조명 느낌도 잘 살고요. 갬성을 잘 뽑아주는 것 같습니다. 

 

원색 컬러도 잘 표현됩니다. (소니 이미지센서 처리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최신 렌즈대비 전혀 손색이 없네요)

 

 

포근하게 보이는 공간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강렬한 원색도 이쁘죠. 

 

전 저런 색온도 낮은 조명의 분위기를 참 좋아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고나 할까...

 

다음번엔 다른 렌즈 소개도 계속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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