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의 세컨하우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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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후에 쳐박아놨던 자전거를 꺼낸 김에 뱃살도 뺄겸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사오면서 10년 넘은 헬멧을 버린지라 새로 깔쌈한 헬멧을 구매했습니다. 그만 사야 하는데... 뭘 하려면 장비부터 사는 이 버릇은 어찌 할까...

 

10년 넘게 쓰던 malbec 곤충 헬멧을 버리고, 고글 달린 어반 헬멧 구입

 

그냥 스트로폼에 ABS쉘이 다네요. 그래도 화려한 곤충 디자인보다는 어반 헬멧이 좋습니다. 저는 자전거탈 때 화려한 저지나 쫄바지 이런거 전혀 안 입으니까요. 

 

착용샷

 

율동공원에서 부터 자전거를 타고 탄천까지 나가는 길은 지도상으로는 쭉 가기만 하면 되는데, 자전거 도로가 계속 끊어져서 횡단보도를 건너느라 시간이 꽤 걸립니다. (쫄보라 차도로는 안다니거든요.) 하천변을 제외하면 시내쪽 자전거도로는 다 이모양이라 좀 마음에 안드네요. 차들이 어찌나 빵빵대며 위협을 하는지 꼴보기 싫어요. 

 

자전거를 끌면서 걷다보니, 하늘 높이 솟은 가로수들과 가을 낙엽이 주는 늦가을 느낌을 만끽하게 됩니다. 분당이 신도시로 조성된지 20여년쯤 된 듯 한데, 그때 생장속도가 빠른 낙엽송을 많이 심은 것 같습니다. 나무의사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들을 보다가 알게 된 것인데, 가장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는 것이 바로 가로수라고 합니다. 빌딩에 가려져서 채광이 힘들고, 뿌리 위 땅을 아스팔트가 덮고 사람들이 밟고 다녀서 숨쉬기가 힘들다네요. 그 관점에서 분당의 가로수들을 살펴보니,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촘촘하게 심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처음에는 나무들이 작았을테니 괜찮았겠지만요. 

말라버린 고사목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고사해버린 가로수

 

아침도 안먹었고, 물도 따로 안챙겨와서 '한강 첫번째 매점까지!' 목표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달리는 거라 엉덩이도 아프고, 마파람이 쳐서 아주 힘들었어요. 

 

멋진 그늘을 선사해주던 이 나무도 월동준비를 마쳤네요.

 

자건거를 나무에 대충 기대어 놓고, 기쁜 마음에 매점 입구로 들어가려 하던 찰나, 짐정리를 하던 아저씨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한마디

 

"매점 영업 안합니다~" 

'이거 실화냐!!! 나 배고프고 목마른데!!!!'

그래도 음료수자판기는 있겠지 하고 뒤쪽으로 돌아가니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음료수랑 스낵 자판기가 있... 

아니 이것은 라면 자판기?! 컵라면도 아니고 신라면 진라면 자판기?!

 

 진짜로 신라면, 진라면 1개가 끓어서 나옵니다. 가격 3천원

 

카드를 대고 결제하자, 물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목이 말라 옆 자판기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뽑아 먼저 들이켰습니다. 원래 저걸 뽑으려고 한게 아닌데, 번호표 위/아래를 잘못봐서 엉뚱한게 나왔어요. -,.-

사출구가 열리며 보글보글 끓는 라면이 나오는데 정말 감격했습니다. 

 

감동의 맛. 한강 자판기 라면

 

실컷 먹었으니 힘을 내서 복귀길에 오릅니다. 오랜만에 좀 멀리 나왔더니 약간 오버페이스한 느낌이 왔는데, 역시나였네요. 쉬는 텀이 점점 짧아지더랬습니다. 뭐 쉬는 김에 이런 저런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어요. 어지간한 가로수도 다 낙엽을 떨군 마당에, 버드나무가 이렇게 쌩쌩하다는 것이 좀 놀라웠습니다. 부들부들해서 약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추위에 강한걸까요? 

 

밤이면 영하 3~4도까지 내려가는 날씨에 아직 건재한 버드나무

 

치렁치렁한 버드나무잎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재미있습니다. 

 

아직 잎이 쌩쌩한 푸른색입니다.

 

패딩을 입고 나왔더니, 달리면 땀차고 벗고 쉬면 금방 추워집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은데, 너무 먼거리를 갑자기 달렸나봅니다. 무릎 연골이 쉽게 마찰되는 추벽증후군이 있는지라, 오늘도 여지없이 무릎이 시큰거리네요. 설설 느리게 페달질해서 복귀합니다. 

 

아이고 무릎이야. 체력이 남아 있어도 소용이 없다.

 

기초 근력을 올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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