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카라반을 인수하는 날입니다. 주초에는 최저온도가 영하권이라 날이 풀리는 금요일에 인수받아서, 주말에 양평 집터에서 파일럿 캠핑을 해보자고 합니다. 백수인 제가 선발대로 금요일에 카라반을 인수해서 바로 양평으로 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끗~ 김뽀리 털갈이 시기라 캐리어에 넣어서 가려고 했는데, 짐칸에는 짐이 너무 많고 뒷좌석엔 낑겨서 안들어가네요. 어쩔 수 없이 대충 비닐 깔고 태웠는데, 또 그쪽에는 기가 막히게 앉지 않는 못된 녀석.
광명 전시장에 도착하니 사장님께서 내부 청소와 바깥 녹슨 부분 도색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전날까지 영하권이라 외부 수도가 얼어 세차를 못했다고 하시네요.
카라반 내부 설명
사장님께서 설명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하셨는데, 동영상 찍은 분량을 보니 40분 정도로 내용이 매우 많네요. 나중에 잊어버릴까봐 동영상을 찍었는데, 아주 잘한 것 같습니다.
계기반
전기 관련된 계기와 스위치가 있는 곳입니다. 200W 태양광 충전기 콘트롤러, 바닥난방(220V), 배터리 차단기, 전등스위치, 220V 콘센트, 시가잭, 5V잭, 전압계 등이 있네요. 바닥난방 소비전력이 약 400W 정도랍니다.
맥스팬
비오는 날에도 환풍을 할 수 있다는 바로 그 맥스팬입니다. 오랫동안 사용을 안해 고무패킹이 붙어서 사장님이 시연하느라 버튼을 눌렀는데 오픈이 안되었네요. 수동으로 몇번 하니 그때야 쩍 소리가 나면서 열립니다. 공기 방향을 안으로 또는 밖으로 선택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냉난방기
캐리어 냉/난방기가 달려있는데, 매장에 중고 입고 당시에는 정상 작동했답니다. 그렇다고 하니 믿어야죠 ㅎㅎ
소비전력은 대략 900W 정도 된다고 하네요. 흠, 법규대로 하자면 캠핑장 사이트당 600W 제한이라 좀 걱정되긴 합니다. 3KW 정도로 중간 차단기 놓고 5사이트에 물리는 방식으로 많이 한다는데, 주변 사이트가 한산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도 같군요.
수전
청수/폐수 탱크가 따로 있지 않네요. 블루밴 컨셉이 미니멀 미니 카라반이라서 그런지... 청수는 내부 또는 외부에 물통을 놓고 물펌프로 끌어 올려서 쓰는 방식이고, 옵션으로 외부 샤워기를 쓸 수 있게 추가 장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동계에는 수전꼭지와 모든 밸브를 열고 필터 내부도 물을 완전히 비워줘야 동파를 면할 수 있답니다.
외국처럼 카라반의 오/폐수 처리가 용이한 캠핑장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네요.
블루투스 오디오
소니의 카오디오를 달아놨는데요. 어라? 콘트롤패널이 분리가 되네요? 예전에 카스테레오 비싼 시절에 도난방지용으로 팔리던 그놈이네요! 차에서 내릴때 프론트패널 분리해서 가지고 들어가던... 요새는 자동차의 센터페시아가 복잡하고 여러가지 기능이랑 통합되어서 사제 오디오 시장이 확 죽어버렸죠. 약간 아쉬운 부분입니다.
스피커는 무려 JBL이 4개 탑재되어 있습니다.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크게 틀어보니 음질은 괜찮은 편이네요. 구경이 작아서 그런지 베이스는 조금 약한 느낌입니다.
도메틱 DC 냉장고
블루밴의 기본 사양은 배터리로 DC냉장고와 전등류만 돌린다고 하고, 이 매물도 인버터는 탑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터리로 고전력 제품을 쓰려면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족들이 이해를 못해요. 카라반을 샀는데, 추우면 난방기 틀면 되지? 라고 되물어서...)
이놈 소비전력이 40W 정도라고 해서 깜짝 놀랐네요. 냉동실도 있는데, 굉장히 낮은 전력을 소모하네요.
침대 하부 전기 장치들
250A 딥사이클 2개와 한전 충전기, 220V 차단기, 12V 제품들의 퓨즈, 에어벤트 등이 있었습니다. 딥사이클 배터리에서 소량의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찬바람이 너무 들어오는 것 같으면 닫으시되, 문을 열어놓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침대 -> 테이블 변신
소형 카라반에서 공간활용을 위해 사용하는 변신 테이블이네요. 그런데 교자상을 접는 것 처럼 쉽지 않아요. 상판을 접은 후 맨 아래 가로바를 발로 밟고 중간바와 상판을 들어올린 후 잠금장치를 고정하면 테이블로 변신합니다.
카라반 외부 장치들
아웃 트리거
차량 정박시 고정해주는 4개의 발입니다. 6각 복스 렌치로 돌려야 하는데, 유튜브보니 전동드라이버를 쓰더라구요. 사장님이 적어도 18V 되는 힘센 제품으로 써야 짱짱하게 펼 수 있다고 하십니다.
한전 전기 인입 콘센트
음? 왜 이렇게 바닥에 깔아놨을까요? ㅎㅎ 외벽에 있는 건 인입용이 아니라, 외부 전기 사용하는 콘센트라고 하네요. 측면 서비스 도어에서 케이블을 꺼내 꼽으면 됩니다.
외부 목재 선반
목재가 살짝 변형이 된건지, 매우 힘을 줘서 눌러야 잠금 걸쇠가 걸린다네요. 감성 아이템인데, 구조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네요.
출발 준비
이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카라반 내부야 뭐 어떻게든 굴러서 사용법을 알아내면 되지만, 커플러 체결은 잘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니까요.
도착 후 트레일러 분리
분해는 조립의 역순? 정신 단단히 차리고 들었는데도 저녁에 어이없게 삽질을 했어요.
드디어 첫 운행!
이제 운명의 시간입니다. 공장을 출발하여 'ㄱ' 자 왼쪽으로 좌회전 하는 부분부터 식은땀이...
뭔가 뒤에서 거대한 것이 끌려오는데 어디 닿지나 않는지 바퀴가 걸리진 않는지 걱정이 태산이네요.
광명->양평까지 약 1시간 30분여동안 시속 80Km 정도로 달렸습니다. 가끔 터널에서 속도 감각을 잃고 정신 차려보면 100Km가 될 때도 있었지만 크게 차체가 불안하진 않더군요. 뒤에 커다란 기차같은 것이 매달려서 시야를 가리니 참 답답해요. 그래서 무선 후방 카메라를 자꾸 보게 됩니다.
카라반 분리 실패, 좌절
빨리 도착해서 카라반을 분리하고 나가서 등유와 맥주를 사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카라반 분리가 안됩니다?!
텅짹을 끝까지 올려도 왠지 견인차 후미가 같이 따라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바닥이 질어서 바퀴가 파고 들어서 그런가 해서 밑에 돌도 깔아보고 하면서 텅짹만 수십번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날이 깜깜해 지네요. ㅜㅜ 카라반 사장님에게 사진찍어서 보내도 봤는데, 텅짹 외통 너무 조금 내려서 그런거 아니냐고 해서 다시 해봐도 안되더군요. 완전 멘붕이었습니다. 날은 어두워졌고, 배는 고프고, 온몸에 힘은 빠져가고...
팔 힘도 다 빠지고 해서 일단 오늘은 자고 다음날 다시 시도하기로 합니다. 등유가 없으니 파세코 난로도 못켜고, 무시동히터도 못씁니다.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냉/난방기도 못돌리는 시츄이에션입니다.
그래도 파워뱅크와 12V 온열매트가 있으니 침낭안에 넣고 자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핫팩도 짐짝 속에서 2개를 발견해서 활성화시켰구요.
잠들기 전에 유투브로 폭풍 검색을 해보았는데, KNOTT 로 검색해도 뭔가 나오지가 않더군요. AL-KO보다 사용하는 곳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다음날 가족들이 오기 전에 카라반도 180도 돌려서 위치 잡아야 하고, 카라반 분리도 시켜놔야 하는데 착잡한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