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출발~ => 에코밸리 캠핑장
이제 아이들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 다가옵니다.
(물론, 개학하자 마자 원격수업이라고 안내가 왔습니다만)
첫째가 어디라도 가자고 쪼릅니다.
예전부터 둘째가 경주 첨성대를 보고싶다고 했어서 거기로 정합니다.
우리에겐 2마리의 댕댕이가 있어서 여행을 가려면 숙소에 제한이 많습니다.
이번에 마련한 카라반을 끌고 가기로 하고 애견을 받아주는 야영장을 검색합니다.
아쉽게도 대부분 3월부터 개장이라, 지금 오픈해있으면서 댕댕이를 받아주는 곳을 찾기가 어렵네요.
저는 오로지 구글만 쓰는지라 못찾고 있었는데, 오로지 네이버만 쓰는 와이프님이 찾아내셨네요.
(한국은 역시 네이버인가. OTL)
카라반 정박해 놓은 양평에 가서 카라반 달고 시속 80Km로 터덜터덜 경주로 내려갑니다.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에 카라반을 달고 있으니 긴장도 되고 피곤합니다.
경주에 도착하기 전에 날이 저물어버렸습니다.
낙동강 지류를 따라 캠핑장이 엄청 많이 있는데, 영업을 안하는 곳이 대부분인 듯 합니다.
네비게이션 안내가 끝났는데 입구가 안보여서 그냥 지나쳐버렸네요.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낑낑거리면서 카라반을 유턴하고 있는데, 양쪽에서 차들이 몰려옵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앞/뒤로 톱질해서 겨우 유턴을 했습니다.
어서 빨리 카라반 후진 연습을 해야겠어요.
떡볶이로 요기한 후, 장거리 여정에 다들 힘들었는지(운전은 내가 했는데!!)
와이프님은 오징어에 맥주 한캔하더니 뻗어 잡니다.
그냥 바로 자기 뭣해서, 별 사진을 찍어봅니다.
그런데 달이 너무 밝고 광해도 있네요.
보정을 열심히 해봤지만, 멋진 별사진이 되지 않네요.
내공이 부족한거겠지요.
경주 관광 추천 사이트는 크게 (1) 불국사/석굴암 (2) 보문단지 (3) 시내 3개로 되어 있더군요.
여행할 때 세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대략 조사만 해온 뒤에 그날 그날 기분따라 다니는 스타일로 다닙니다.
경주는 제가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오고, 군대 제대 후 복학했던 1996년 2번 왔었네요. 그 후로 25년이 흘렀군요.
원래 차박할 때 비상용으로 사둔 전투식량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때우고 일찍 출발합니다.
(일찍이라고 해야 11시... 딸래미들 머리 세팅...)
불국사
경주하면 불국사가 1번 아닐까요?
교과서에 단풍진 불국사의 모습이 멋지게 실려있었죠.
불국사와 석굴암을 가자니까 딸래미들이 그게 뭐냐고 합니다. ㅜ.ㅜ
분명 입구 주차장이라 해서 세우고 올라갔는데, 드넓은 평야를 한참 걸어야 합니다.
와이프님은 왕족이시라(전주 이씨 영산군파...) 걷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십니다.
다 올라가니, 그 위에도 주차장이 있어서 왕족 와이프님께 죽을뻔합니다.
소니 A7M2에 삼양 14mm 초광각렌즈를 물렸는데, 아주 시원시원하게 화각이 나오네요.
수평 라인이 휘어지는 배럴 디스토션이 좀 눈에 거슬리긴 합니다.
불국사의 트레이드 마크 백운교, 청운교입니다.
걸어서 올라가면 대웅전으로 통하는데, 계단은 밟을 수 없네요.
설명문에 보면 계단은 신라시대때 만든 그대로라고 합니다(!)
무려 8세기에 만든 것이니 보호하는게 좋겠네요.
옆길로 돌아서 대웅전쪽으로 올라가면, 대웅전 양쪽에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습니다.
다보탑은 십원짜리 동전에 있어서 다들 알죠.
수수한 디자인의 석가탑보다 다보탑이 멋진 것 같은데,
와이프님은 석가탑이 모던한 맛이 있다고 하는군요. (진짜?)
첫째는 사진 찍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1초 마다 포즈를 바꾸면서 모델처럼 놉니다.
둘째는 그런 언니를 보며 혀를 쯧쯧쯧 차면서도,
또 열심히 찍어줍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좀 많이 남은 듯 한데,
코로나 퇴치 기원을 하는지 연등들이 아주 많네요.
관광객은 많지 않고!
날씨는 화창하고!
틈만 나면 사진을 찍어달라 조르는 첫째
닭살 꽃받침 포즈를 주문 받았습니다.
부끄럽네요.
이제 슬슬 불국사 관광을 마치고, 석굴암으로 향합니다.
석굴암
25년 전의 기억이라 심각한 오류가 있었나봅니다.
불국사에서 석굴암을 걸어서 가는줄 알았다는...
와이프님이 네비를 찍어보더니 헤어핀 코스로 8킬로라고...
멀미날 정도로 연속 헤어핀을 공략하니 커다란 주차장이 나옵니다.
종소리가 들려서 1시간 마다 치는건가 했는데,
불우이웃돕기 행사로 1000원 이상 성금을 내면 한번 칠 수 있었습니다.
종소리가 아주 좋았네요.
첫째가 종 치고 나서 두통이 없어진 것 같다고...
와이프님이 '너 아까 두통약 먹었자나!'라고 일갈을... ^^
또 먼길을 걷습니다.
운전도 헤어핀 코스였는데, 걷는 길도 헤어핀 코스...
첫째는 계속 사진 찍으면서 가느라 뒤에 쳐집니다.
먼길을 걷느라 와이프님 기분이가 좋지 않습니다.
막판에 와이프님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계단이 등장했네요.
'여봐라 김기사! 당장 가마를 대령하렸다!!'
와이프님께서는 분명 수학여행을 오긴 왔었는데,
석굴암을 본 기억이 없다고 하네요. 신기합니다.
(아마 그때도 걷기 싫어해서 버스에서 자지 않았을까 추측을...)
25년만에 보는 석굴암입니다. 그 웅장함에 숙연해집니다. (아쉽게도 사진촬영 금지네요)
불국사를 거쳐 석굴암까지 헤어핀코스에, 산길을 걸어 이 돌들을 옮겨온 신라인들이 존경스럽네요.
올라오니 View는 좋은데, 엄청 춥습니다.
배도 고파옵니다.
원래는 와이프님이 들어오면서 본 피자 파스타 집에 가자는 제안을 했는데,
제가 '기왕 경주에 왔으니, 경주 맛집을?' 이라고 목숨걸고 반항을...
다행히 딸래미들이 호응해줘서...
'올바릇 식당' 이라는데,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육전을 순식간에 흡입하고
넓적한 접시에 꼬막 절반, 비빔밥 절반이 나왔는데
맛도 있고 배가 고파 1인분을 추가 주문하고
공기밥 추가해서 더 비벼 먹습니다. (쳐묵하느라 사진을 안찍었네요)
불국사, 석굴암, 식당까지 댕댕이들이 나오지 못하고 차에 있어서
애견 동반이 되는 카페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대형견은 루프탑만 허용된다는군요. 흙...
첨성대
불국사와 석굴암 보고 식사/커피를 했는데 날이 저물고 있네요. 이런...
경주의 트레이드 마크 첨성대를 안 볼 수 없겠죠.
둘째가 기분이 좋은가봅니다.
아 그게 아니라, 제 폰을 첫째가 훔쳐가서 찍은거군요.
제가 찍는다고 하면 절대 이런 포즈를 안하거든요.
첨성대 입장은 돈을 받진 않습니다만...
애견은 출입 금지라네요.
25년전엔 이런 울타리 없었던거 같은데... ㅎㅎ
저기서 어떤 방식으로 별을 관찰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별다른 관측 기구나 그런건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도 1300년도 전에 저런 모양의 건물을 돌로 쌓아서 만든 건 경이롭습니다.
교과서에서 본 얼짱각도로 찍어봅니다.
내공이 부족해서 잘 안되네요.
이렇게 첨성대 관람을 마치고 후퇴합니다.
월정교
이제 야경 관람 시간이 되었네요.
월정교는 Drive Thru. 로 관람하자고 하네요.
길가에 차를 대고 와이프님과 둘째는 차 안에 두고 첫째와 사진만 찍고 옵니다.
조명과, 수면에 비친 월정교의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복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8세기에 이런 멋진 건물을 짓다니 놀랍네요.
동궁과 월지 (구 안압지)
예전에는 안압지라고 불렀는데, 2011년에 동궁과 월지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발굴한 자료에서 예전 이름을 찾았다나요...
오랜만에 여행을 왔으니 옛다 기분이다!! 라며 사줍니다.
만원...!!
둘째가 쓸데없는 거 산다면서 잔소리합니다.
여기를 밤에 온 적이 없어서 야경을 본 것이 처음이죠.
조명빨이긴 하지만 멋지네요.
옛 선조들은 이런 모습은 못봤겠죠?
아, 밖에서 파는 LED 풍선은 내부에선 점등 금지라고 합니다.
심지어 방송으로 계속 켜지 말라고 합니다.
에티켓을 잘 지켰습니다.
이런 곳에서 풍악을 들으며 시를 읊으며 술을 마셨겠지요?
차 안에서 기다리시는 와이프님이 호출합니다.
저녁 먹으러 가자고...
저녁 메뉴는 갈비와 삼겹살입니다.
저녁 식사 후 복귀, 모듬회
저녁은 음식점 마당에 투명한 독립 텐트로 되어 있는 곳에서
댕댕이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댕댕이들에게는 먹고난 갈비뼈를 주었네요.
모듬회를 테이크아웃해서 카라반에서 먹습니다.
타지에 와서도 뭐든 척척 검색하는 와이프님... 무섭습니다.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많이 피곤했나봅니다.
먹다가 잠이 들었다는...
내일은 포항 바닷가 쪽으로 이동해서 호미곶의 상생의 손을 보고 올라가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