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계절이 왔습니다. 이맘때면 나무시장 사장님들이 나무를 잔뜩 가져다놓고 유혹을 하죠. 올해도 어김없이 탈탈 털리고 왔습니다. 작년에는 경사로 중간에 자작나무를 20주 심었는데, 올해는 와이프가 꽃나무... 특히 배롱나무 노래를 불러서 한번 돌아봤는데요. 우리 부부 사전에 '구경만 하는 건 없다'를 증명이라도 하듯 열심히 지르고 왔네요.
돈이 꽤 들었지만, 나무를 한가득 싣고 가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 나무 가격 : 총 59만원
- 남천 25주 X 5,000 = 15만원
- 문그로우 4주 X 40,000 = 16만원
- 배롱나무 1주 = 8만원
- 공작단풍 1주 = 20만원
남천
처음 집 지을 때 부터 아래 집에서 자기 집 마당 보인다고 앞쪽 방향으로 창문을 내지 말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해서, 4 미터 짜리 나무 가림막을 했는데, 가림막이 없는 곳에서 아랫집 사람들과 눈 마주치는게 내가 싫더군요. 그래서 생울타리를 좀 쳐보려고 이것 저것 보다가 이놈이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남천이라고 하는데, 붉은 잎과 푸른 잎이 아주 이쁘네요.
와이프 말로는 남천은 겨울에도 잎이 안 떨어진다고 하는데요. 검색해보니 기온에 따라 좀 다르다고 하네요.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도 안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양평은 추워서 겨울을 한번 나봐야 알 듯 합니다.
와이프는 나무랑 꽃심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나무 사러 가면서 부터 얼굴에 생기가 도니까요.
배롱나무
전에 살던 타운하우스에도 붉은색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는데, 홍매화였네요. 백일 동안 꽃이 지지 않는다고 해서 '백일홍'이라 불리다가 이게 배롱나무가 되었다는데, 백일홍.. 백일홍.. 백일홍.. 배일홍.. 밸홍... 배롱?!?!?! 빨리 발음하니까 정말 배롱이라고 발음이 되네요. 오호~
암튼 이번엔 홍매화가 아니고 배롱나무를 사왔습니다. 배롱나무 밭에 심어진 것들이 다 15만원이라는데, 한 쪽 구석탱이에 줄기가 좀 얇고 휘어진 녀석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8만원만 달라고 해서 냉큼 업어왔습니다.
사장님께서 배롱나무 꽃은 어차피 새순에서 나는거라고 하며 가지를 많이 쳐서 주셨는데, 이게 매일 물을 줘도 싹이 날 생각을 안하네요. 동네 분이 자기도 배롱나무 샀는데 아마 올해는 물건너 갔고, 내년에나 꽃이 필거라고 하는군요. 이런...
남천과 배롱나무를 심으니 울타리에 생기가 돌고 뭔가 마음이 뿌듯하네요.
아직은 잎이 무성하지 않아 울타리가 다 가려지지 않네요. 이 녀석들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대해봅니다.
공작단풍
집 앞쪽으로 난 파티오 전망창 앞으로 데크를 할 예정인데, 그늘이 될만한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늘하면 느티나무가 떠올라서 물어봤는데 나무시장에서 느티나무는 취급 안하는 것 같네요. 대량으로 키우는 곳에 가서 직접 사와야 하나봅니다. 그 다음은 단풍나무를 물어봤는데 가격대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고, 와이프가 공작단풍이 이쁠거라고 추천해서 이놈을 집어왔습니다. 오늘 산 나무중에서는 제일 비싼 놈이네요.
아래로 촥촥 아름답게 잎이 늘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문그로우
원래는 스카이로켓이라는 걸 사오려고 했는데,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풍성하게 생겼길래 이놈으로 집어왔습니다. 다만, 1주에 4만원이라는 가격때문에 달랑 4주만 들고왔네요. 자라는 거 보고 나중에 더 심기로...
4주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심어놓으니 틀이 좀 잡혀보입니다. 펜스높이까지만 자라도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60만원어치의 나무가 순식간에 심어졌네요. 그래도 울타리에 빈 곳이 있어서 마음 한쪽이 허전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와이프가 뭔가로 채울게 분명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