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가 노형 수퍼마켓이 요새 핫하다고 하길래, 제주도 까지 와서 무슨 슈퍼를 가냐... 먹을거 사러 가냐? 했더니 그게 아니고, 전시관(?) 같은 곳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도대체 나오지가 않습니다.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마켓'이 아니고 '마켙'이라는 거에요?!
네이버로 예약을 하면서 대략 훑어보니, 실내 공간에서 미디어 아트 같은 것을 하는 모양이더라구요. 원래 제주도 노형동 하면 제주공항과 가까운 번화가로 알고 있는데, 정말 그냥 시내에 떡~ 하고 커다란 검은색 건물이 하나 있네요.
건물의 외부도 온통 흑백으로 되어 있는데, 로비 안으로 들어가도 역시 흑/백 모노톤으로 되어 있어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원색 옷들이 굉장히 살아있는 것 처럼 튀어보이네요.
왜 온통 흑백으로 꾸며놓은거지? 뭘 보여준다는거야? 라는 궁금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입구로 들어가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하이라이트된 신문기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래는 색이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는 겁니다. 거참, 속시원하게 알려주지 않고 감질나게 해요.
드디어 수퍼마켙 안에 들어왔네요. 자석식 전화기(1970년대 물건?)에 추억을 자극하는 온갖 옛날 물건들이 즐비합니다. 온통 흑백 물건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깜짝 이벤트와 함께 본격적인 전시공간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깜짝 이벤트의 내용은 공개하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모자이크로 처리합니다.
이벤트 이후 메인 홀까지 가는 길에 여러가지 빛을 테마로 한 공간들이 있습니다. 어두워서 사진이 아주 잘 나오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특색 있고 좋아요.
미스트 가득한 방 안에 레이저가 춤추는 방도 있고, 반딧불 같은 별들이 가득한 방도 있습니다.
작은 방들을 지나 드디어 메인 홀에 왔습니다. 벽면 가득히 채워진 프로젝터의 불빛과 음악의 비트에 취합니다.
처음 입장할 때 꽃 테마가 나오고 있었고 이어서 폭포, 바닷속, 회색 도시 등등 여러가지 테마가 돌아가면서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수퍼마켙의 컬러는 도둑맞았고, 깊숙히 숨겨진 비밀의 공간에 그 사라진 컬러들이 모여있다... 그런 컨셉인 거로군요?
바닥에도 프로젝션이 되고 있어서 사람들이 이것을 이용한 사진도 재미나게 찍고 있었습니다.
메인 홀 곳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 피곤한 다리를 쉬면서 다음 행선지 토의를 합니다.
사실 별 기대를 안하고 왔는데, 메인 홀에 와서 시각과 청각에 압도되었네요. 제주도에 오셨다면, 꼭 한번 관람하기를 추천합니다.
Cafe brief
점심은 검색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냉면집을 찾아가서 번개처럼 해결하고, 자매들이 검색으로 찾은 카페로 가봅니다. 빵에다 버터를 발라 먹는 예쁜 세트 메뉴가 있다나 어쨌다나... 날은 불같이 덥고, 얼른 건물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차 안은 에어콘을 틀어도 덥지만, 차 밖으로 나오면 5초만에 건식 사우나 들어온 느낌이에요.
건물은 심플한 디자인의 길쭉한 단층 건물이네요.
잠시만 서 있어도 살이 익어버릴 것 같은데, 이쁜 사진 찍겠다고 난리입니다. 이놈들아 얼렁 들어와!
안으로 들어와서도 사진 삼매경입니다. 안타깝게도 가지고 나온 인스타 즉석 카메라가 하필이면 고장인데, 카페 안에 즉석 사진을 흑백 스티커로 프린트해주는 기계가 있네요. 나무로 케이스를 만들었는데 퀄리티가 아주 좋습니다.
제 폰 뒷면에도 붙이라면 선심쓰듯이(가 아니고 강제) 부착하였습니다.
이제 이 카페에 온 진짜 목적인 '앙버터 키트'를 시음할 차례입니다. 제가 이 메뉴를 먹어본 평은
"손님이 직접 해먹어야 하는 쓸데없이 비싸고 귀찮은 밀키트"
귀여운 나무상자에 가스버너와 작은 미니 그릴이 얹혀져 있고, 서랍을 열면 빵과 쨈, 버터, 크림이 앙증맞게 들어가 있어요.
고소한 빵굽는 냄새가 아주 좋네요. 순식간에 빵들이 없어져버립니다.
이호테우 해변
제주도에 왔으니 바닷가를 봐야 할텐데, 일단 오늘은 해수욕 준비는 안하고 나왔으니 어디를 간다?? 검색하다 보니 이호테우 해변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 (아는 분이 캠핑갔는데 바람때문에 죽다 살다왔다는 것 같음)
차를 몰고 가다보니 저 멀리서 흰색과 빨간색 트로이 목마가 보이네요. 아 저기구나... 저기를 어떻게 가지??
해수욕장쪽으로 들어오니 차들이 이미 장사진이라 가까운 곳에 댈 곳이 없습니다. 밀려서 밀려서 내린 곳이 바로 여기.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봅니다.
꾸꾸들에게 커다란 신사용 우산까지 씌워서 걸어보았지만 꾸꾸 자매들의 반란으로 저는 다시 차를 가지러 갑니다.
아빠! 이건 아닌 것 같아!
차 세울 곳 없으면 그냥 숙소로 돌아갈 각오로 차를 몰고 가보니, 허탈하게도 목마 등대 바로 근처에 크고 아름답고 널럴하게 비어있는 주차장이 있네요. 끝까지 걸어가자고 우겼으면, 딸래미들에게 평생 시달릴 뻔 했어요.
멀리 있는 하얀색 등대는 배경으로만 찍고, 가까이 있는 빨간 목마에만 올라가 봅니다.
광각 아니면 목마가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큽니다. 꾸꾸 자매들 사진을 수백장 찍네요. (나중에 잘 안 나오는 것들을 버린다고 합니다.)
빨간 목마 바로 앞이 그늘이 질 타임이라 그나마 오래 사진 찍으면서 버틸 수 있었네요.
하늘은 맑고~ 구름도 이쁘고~ 선명한 하얀색, 빨간색 목마 등대 덕에 멋진 풍경이 된 이호테우 해변입니다.
항몽유적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어제 만난 지인이 소개시켜준 무료 사진 이쁘게 찍을 수 있는 포인트를 가보기로 합니다. 사진 이쁘게 찍는데 웬 항몽유적지? 라고 생각했는데, 해바라기가 지천에 피어있다는군요!
고지대에 산성을 쌓고 몽고의 침략에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것 같습니다. 잠시 묵념...
진짜 해바라기가 엄청난 넓이에 피어있었습니다. 꾸꾸 자매들 신났어요.
코스모스도 지천에 피었습니다. 코스모스 원래 가을 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한여름에 피나봐요. 꽃차 강사님이 월별로 피는 꽃 정리한거 요새는 아무 의미없다고 하시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BBQ Time!!
마님께서 마트에서 야채 사서 얼렁 들어오시랍니다. 바베큐 주문해놨다고~~
여름의 제주도는 낮에는 미칠 듯이 덥고, 저녁과 밤에는 비가 억수로 오나봐요. 바베큐 불 피우자 마자 미친듯이 비가 오며 바람도 몰아치네요. 할 수 없이 고기만 밖에서 굽고, 식탁은 안쪽에 세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