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동백의 타운하우스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을 살아보았는데요. 지금도 문득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그리워지네요.
타운하우스의 어원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비슷한 크기의 단독주택들이 모여있는 '단지형 전원주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부지들이 붙어 있어서 마당을 펜스로 구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죠.
보통 시공사가 일괄적으로 집을 지어 후분양하거나, 땅만 분양하고 집은 알아서 짓는 형식이 있습니다.
전자(완공 후 분양)의 경우는 집의 크기나 형태, 내부 구조를 취향에 맞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시공사가 중간에 부도가 나거나 하는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지어져 있는 집을 구경하고 마음에 들면 계약서를 쓰면 되니까요.
후자(땅만 분양)의 경우는 장/단점이 반대인데, 건축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서는 업자에게 눈탱이를 쓸 확률이 높기에 아무래도 망설여질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경험이 없어서 무모했던 면도 있었고, 잘 체크하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했던 점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경험담과 함께 타운하우스 선택시 체크해봐야 할 점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집을 사는데 100% 현금 완납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요. 금수저가 아닌 월급쟁이니까 대부분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데, 2015년 당시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정책으로 LTV를 60%에서 70%로 늘렸고, 1년 연장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내심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이것도 물론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산 것이죠)를 처분하고, 적금 깨고 차 1대 팔고, 집안의 모든 금붙이를 팔면 대충 되겠다 싶었는데 직접 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이론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은행에 방문해서 대출금액을 확인하니, 제가 계산한 것 보다 훨씬 적게 나와서 '혹시 LTV가 70% 적용된게 맞냐' 라고 물었거든요. 은행원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 LTV가 70%인 것은 맞다
- 다만, 분양가 기준이 아니고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70% 계산이다 (이건 지금은 잘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죠)
- 주택은 아파트보다 감정평가액이 잘 안나온다
감정평가사 다수의 평가 중 몇 건을 발췌하여 사용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타운하우스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적다보니 평가액을 낮추는 듯 합니다. 아파트만 거래해보신 분이라면 이 점을 미리 염두해서 예산 계획을 잡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계약서 쓸 때 시행사 대표님이 "은행에 친한 자기 후배 통해서 대출 70% 꼭 받게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쳐서 믿고 있었는데, 막상 대출 상담하고 나서 이렇다더라 이야기 하니 그럼 대출 한도가 좀 더 나오는 신협으로 소개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신협이 은행보다 대출한도는 더 나오겠지만 이자가 쎄서 거절하고, 여기저기서 부족한 돈을 끌어오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이사갈 꿈에 부풀어서 미리미리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저의 불찰이겠지요.
(대출시에는 이것 말고도 '방공제'라는 것이 있어서, 임차인의 보증금을 최우선 변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주택이 9억원 이하라면 MCI나 MCG라는 보증보험 형태로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아파트 대출할 때는 방공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마 MCI여서 은행이 알아서 처리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빌라는 MCG로 보증보험을 발급했고 제가 수수료를 내고 있네요)
시행사란 땅을 사고 토목공사를 하고 집을 지은 후 광고를 해서 파는 것까지를 아우르는 회사이고, 시공사란 돈을 받고 토목공사 또는 주택건축을 해주는 회사겠죠. 제가 계약한 곳도 계약서 상으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나뉘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 생각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업계에서 일을 계속 하려면 업력과 함께 신용을 쌓아야하고, 회사 홈페이지도 만들어 홍보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소형 건축시장에서는 그게 안되나 봅니다. 지어서 분양하고 나면 시행사던 시공사던 법인을 없애고 새로운 법인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 제가 계약했던 곳도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아파트 대비 공사규모가 소규모이다 보니 분양주체의 브랜드나 인지도가 크게 중요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정치인들이 계속 정당이름을 바꾸는 것 처럼, 비슷한 인간들이 계속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물론, 양심적인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처음 단지 예상도를 보니 1단지를 19세대만 분양하고, 2단지는 그 다음으로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 하필 19세대인지 의문을 품지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아는게 없었거든요. (지금 검색해보니 아직도 19세대를 분양하는 타운하우스가 있네요.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핵심은 하자보수보증금이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큰 공동주택은 시공사가 건축비의 일정비율(3~5%) 만큼 하자보수금을 예치해야 하며, 입주자대표에서 의결하여 하자보수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가 부도나거나 보수 요청에 불응할 경우 등에 대한 안전장치인것이죠.
그런데, 제가 입주한 타운하우스에는 하자보수예치금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19세대다 되는데 말이죠. 왜일까요?
하자보수보증금의 예치 및 사용 사업주체는 하자보수보증금을 담보책임기간동안 예치해야 합니다. 다만,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지방공사인 사업주체는 제외합니다 사업주체: 「주택법」 제15조에 따른 주택건설사업계획 또는 대지조성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아 그 사업을 시행하는 국가·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사, 「주택법」 제4조에 따라 등록한 주택건설사업자 또는 대지조성사업자 및 그 밖에 「주택법」에 따라 주택건설사업 또는 대지조성사업을 시행하는 자를 말하고, 「주택법」 제2조제10호에 따른 자, 규제「건축법」 제11조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아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주택을 건축한 건축주 및 규제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제1항제2호에 따른 행위와 「주택법」 제66조제1항에 따른 리모델링을 수행한 시공자를 포함합니다(「주택법」 제2조제10호 및「공동주택관리법」 제36조제1항). 출처 :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1222&ccfNo=3&cciNo=1&cnpClsNo=4 |
즉,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주택이라면 하자보수보증금 예치가 의무이고,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럼 타운하우스처럼 단독주택을 여러채 지어서 분양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주택법 제4조에 따라 등록한 주택건설사업자라는게 대체 뭘까요?
제4조(주택건설사업 등의 등록) ① 연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호수(戶數) 이상의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려는 자 또는 연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면적 이상의 대지조성사업을 시행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
그럼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호수가 몇 호 이상일까요?
[시행 2021. 10. 14.] [대통령령 제32053호, 2021. 10. 14., 일부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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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만약 50세대의 타운하우스 단지를 한 회사로 진행하려면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자본금 3억 필요)도 해야 하고,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도 받아야 하고, 건축비의 3~5%만큼 하자보수보증금 예치도 해야 하니 페이퍼컴퍼니를 여러개 만들어 1차 19세대, 2차 19세대, 3차 12세대 이렇게 진행하면 개꿀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단지는 하자보수 1년이라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만 믿고 열심히 사진 찍어서 하자보수 신청을 했지만, 대부분 무시당하거나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나중에는 시공사 이름 바뀌고 하면서 모두들 자포자기 해버렸습니다.
타운하우스 계약할 때 "하자보수보증금 예치되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2019년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하자보수보증제도라는 것이 생겼다고 하는데, 어느정도의 강제성이 있는지 자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타운하우스 건설현장에 가면, 이미 지어진 건물을 파는 경우도 있는데 특정 디자인의 모델 하우스로 사용하던 것입니다. 이 모델 하우스로 새로운 계약을 따내서 그 디자인의 건물을 추가로 짓게 되면, 처음 지은 모델 하우스를 팔아서 자금을 만드는 거죠. 어쨌든 이런 건물은 내부 구조나 인테리어, 가구를 바꿀 수는 없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을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완제품을 사는 것이라 추가 비용을 청구당할 일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모델 하우스로 쓰던 것을 계약했다가, 산에 접한 쪽으로 계약 변경을 한 케이스인데요. 건물이 완성되어 가면서 처음에는 몰랐던 몇번의 추가 비용을 청구당했습니다. 예를 들면, 기본 데크는 거실 파티오 창 앞부분 만이니 주방쪽 출입문까지 확장하려면 돈을 더 내라고 했고, 에어콘 배관을 벽체에 심어야 하니 또 돈을 내라고 했었죠.
인터넷에는 엄청난 케이스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저희는 소소한 정도라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계약 당시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꼼꼼하게 물어서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단지를 구성하다보니 상수도, 전기, 가스, CCTV 등의 시설을 관리할 장소가 필요할테죠. 처음 입주할 때는 경비실로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었고, 그 안에 전기, CCTV, 물탱크 출입구가 다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 단지는 윗 라인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에 제설용 열선이 매립되어 있어서 눈이 오는 것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열선을 켜주는 센서도 저 건물에 있었습니다. 경비실은 있었지만 경비를 고용하는 것은 입주자들이 결정할 문제인데, 총 19세대밖에 안되다 보니 비용 문제로 경비는 고용하지 않았었네요. 처음 1년차 때는 눈오면 열선도 켜고 해서 별일 없이 지냈는데, 2년 정도 되니 차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1) 아랫 라인은 경사로 열선안쓰니 공동전기료 1/N은 불공평하다는 이의 제기
이것은 어쨌든 합리적인 이의제기로 받아들여져서, 열선을 쓰지 않는 달의 공동전기료를 감안해서 아랫라인과 윗라인은 달리 정산을 하였습니다.
2) 열선 전기료가 비싸니 되도록 쓰지 말고 주민들이 직접 치우자는 결의
처음에는 너도나도 의욕이 넘치고, 분위기가 좋아서 눈오면 다들 일찍 일어나서 치우니 큰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차츰 참여가 불량한 세대가 등장하고 서로 불화도 좀 생기고, 새로 이사오는 뉴페이스도 생기고 하니 맨날 치우는 사람만 치우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어떤 날은 열심히 눈치우고 있는데, 차로 눈 밟고 가면서 인사도 안하는 세대도 있었죠.
3) 경비 건물은 원래 내땅이니 철거하겠다는 주민 등장
이 이야기를 듣고 모든 주민이 패닉에 빠졌는데, 경비 건물 바로 옆집에서 갑자기 경비실 건물을 철거하고 자기 주차장으로 쓰겠다는 거였습니다. 처음에 건설사에게 전혀 듣지 못했던 이야기인데, 2년이 지나서 갑자기 저러는 이유가 뭐였을까요. 아마 건설사에서는 제반시설을 넣을 땅이 필요한데 딱히 잘라서 쓸 땅이 없으니 부지 1개에 공용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가격을 할인해주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합니다. (뇌피셜)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나니, 그 집주인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저거 내땅인데... 저거 허물면 주차장으로 쓸 수 있는데... 마침 그 건물은 정식 건물도 아니고 가설 건축물이라 연장신청을 안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좋은 명분이 생긴겁니다.
어느날 갑자기 건물을 때려부수더니 CCTV 모니터도 어디론가 없어지고, 배전반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가 되었고 주차장이 생겼습니다. 공용시설이 존재한다면 해당 부지의 소유자가 누구이고, 정식 건축물인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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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이것 말고도 중요한 포인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세상에 그냥 당연한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질문하여 확실하게 해둔다는 마음가짐이면 큰 위험은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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