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건축학교 첫째 날이 밝았습니다. 카라반 무시동히터 말썽으로 밤잠을 설치고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7시에 3분 카레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나왔습니다.
실내 교장에 들어오니 자리마다 이름표가 있고 칸막이가 다 쳐져 있네요. 12명이 4명씩 3팀으로 나뉘는데, 3가지 안전모 색상으로 구분해요. 백팀/청팀/홍팀이고 저는 백팀~ 안전모가 좀 오래되고 턱끈도 고장났어요. ㅜ.ㅜ 첫날 이론 수업과 매일 점심먹는 장소라고 합니다. 칸막이 안에서 각자 쓸쓸하게 먹는거네요.
간단하게 실내 교육을 마친 후 반코팅 목장갑 손꾸락을 저렇게 자르고 실외 교육장으로 이동하라네요.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서...
목조건축에 필요한 각종 공구들과 부자재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설명을 듣습니다. 처음보는 물건들이 많아서 어리둥절하지만, 직접 해보는 교육과정이니 다 알게 되겠지요. 공구들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는 걸 아셨는지 교장 선생님께서 첫 미션을 내려주시네요.
첫 번째 미션 : 나무토막으로 ㄱ자 만들기
"ㄱ자를 연결하라" ㅎㅎ 그냥 나무토막 2개를 나사못으로 ㄱ자 모양으로 만드는 것인데요. 여기서 장갑 왼쪽 손가락 2개를 자른 이유가 밝혀집니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할 때 면이 딱 맞아야 하는데, 이게 눈으로만 봐서는 정확하게 맞았는지를 알 수가 없어요. 직접 손가락으로 나무 2개가 연결 된 면을 문질문질 해서 촉감으로 맞추는 거였습니다. 깨달음을 얻었지만 엄동설한에 손가락은 추워서 감각이 없어져갑니다. ㅎㅎ
나무토막을 ㄱ자로 박아보고 그냥 버리는건가 했는데, 다 쓸데가 있다고 하시네요. 나중에 벽체에 콘센트가 들어가는 자리가 있는데, 이 부분에 단열재가 아무래도 좀 부실하다 보니 찬바람이 새어 들어올 수 있어서 사진처럼 콘센트 박스 뒤쪽에 대주는 거라고 해요. 자연스럽게 콘센트박스 못박을 지지대 역할도 해주는 것이었어요.
팀 별로 작업 시작 : 도면대로 목재 재단하기
이제 각 팀별로 부분별 도면을 받아들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일단은 바닥틀을 만들고 벽체를 만들게 되는데, 팀별로 쪼개서 만들다 보니 지금 만들고 있는게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확실하게 인지가 잘 안되네요. 그냥 도면보고 나무 잘라서 조립해보는거에요.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구조목이던 방부목이던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살짝 휘어있다고 합니다. 나무 자체가 가진 성질과 건조되면서 불균형하게 수축하기 때문이라네요. 여튼, 목수는 나무가 어느 쪽으로 휘었는지를 파악해서 표시하고 사용되는 곳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해요. 예를 들면, 바닥 장선이나 서까래가 위에서 하중을 받으면 아래로 쳐지기 때문에 볼록한 쪽을 위로 놓는다고 해요.
나무는 보통 12자 (12피트, 약 3.6m)를 쓰는데, 치수에 맞게 재단할 때 쓰는 것이 사진에 있는 마이터쏘입니다. 나무의 끝부분은 거칠고 수직이 안맞을 수 있어서 살짝 절단하여 쳐내고(면취) 사용합니다. 마이터 쏘는 몸체와 톱날 각도 2가지를 바꿀 수 있어서 나무를 필요한 각도로 절단할 수 있습니다. 3개 팀이 동시에 재단하고 사각틀을 만듣다 보니 마이터쏘 병목현상이 생기네요.
점심식사
교육시간은 2시간 단위로 끊어져 있는데, 이게 집 지을 때 목수들이 일하는 시간하고 똑같았습니다.
08:00 ~ 10:00 교육
10:00 ~ 10:10 티타임
10:10 ~ 12:00 교육
12:00 ~ 13:00 점심
13:00 ~ 15:00 교육
15:00 ~ 15:10 티타임
15:10 ~ 17:00 교육
식사는 근처 밥집에서 인원 수 만큼 가지고 오셨는데, 아주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저희 팀 형님이 회식도 그 식당해서 하자고 해서 삼겹살을 구워먹었네요.
바닥틀 조립
가장 먼저 사각모양의 틀을 짜는 것이 우선인데요. 목조건축에서는 '수직' '수평' '직각' 요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십니다.
사각틀의 대각선의 길이를 재서 직각을 맞추더라구요. 유투브 보면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서 가로, 세로, 빗변 3가지를 재는 방법도 있긴 하던데, 그냥 대각선 길이 재서 비교하면 계산할 필요도 없어서 편하긴 합니다.
드디어 뭔가 구조물 같은 것을 조립해봅니다. 바닥 부분인데요. 4각으로 틀을 짜고 내부에 일정 간격으로 장선을 거는 것인데, 단열재의 폭에 맞추는 것이라 하네요.
방부목 기초
농막은 건축법상 콘크리트 기초를 하지 못하고, 주춧돌과 같은 점기초 방식이라 공중에 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맨 밑바닥은 방부목과 태고합판(T&G라고 써있던데, 이게 콘트리트 타설 때 쓰는 유로폼에 쓰는 합판이랍니다)으로 습기에 강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2일차에 태고 합판을 치고, 그 위에 각 팀에서 만든 바닥 구조물들을 올린다고 합니다.
1일차 종료
1일차인데 벌써 뭔가 구조물들이 막 생겨나니까 기분이 좋네요. 임팩트 드릴로 피스 박을 때 묘한 쾌감이 있어요. 다라라라라라락~ 하면서 쑥쑥 들어가는데 약간 중독성이 있네요. 날도 춥고 허리도 아프지만 다음 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