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살면 차에 눈비 안맞고 안전하게 주차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파트를 벗어나보면 그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게 됩니다. 관리비를 내지 않는 빌라나 단독주책들은 특별히 주차장을 짓지 않는다면 차는 뜨거운 태양과 눈,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합니다.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는 주차장...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을 것 같죠?
이번에는 전원주택의 형태 중에서 벙커형 주차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서비스 면적 : 벙커 주차장은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두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은 보통 임야의 낮은 경사면을 개발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형태가 많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경사면이 벙커 주차장을 비스듬이 관통하는 것이죠. 땅을 절토해서 콘크리트로 주차장 박스를 만들고 다시 되메움을 해서 앞마당, 뒷마당을 만들게 됩니다.
땅속에 1/2 이상 묻혀있다면 건축법상 '지하'로 취급되고, 이는 전용면적에 들어가지 않는다 합니다. 자연녹지나 계획관리지역은 용적률이 100%, 보전/생산관리 지역은 80% 이하인데 복층 건물의 경우 모든 층의 바닥면적의 합이 토지의 크기를 넘을 수 없는 것이죠. 이런 경우 가장 바닥 층을 땅에 박힌 형태로 개발하면 용적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게 되고, 등기상 면적이 실제보다 작게 되니 세금도 적게 내게 됩니다.
지하 벙커주차장의 고질병 '누수'
처음에는 노래 틀어놓고 커피마시며 바이크 수리도 하고... 색포폰도 연주하면서 처음 가져보는 단독주택의 벙커 주차장의 혜택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그러나...
비가 몇 번 오고나서 천장에 물자욱이 좀 비치더니, 아침에 출근하려고 보면 차 지붕에 허연 석회석 물 같은 것들이 잔뜩 떨어져 있는 겁니다. 바닥에도 여기저기 얼룩이 생기고, 물이 많이 떨어지는 곳은 아래 사진처럼 종유석도 자라났구요.
우레탄 발포 지수제 효과가 있나?
일단, 하자 보수 신청을 했습니다. 천장에서 석회석 물이 떨어지는데 어쩔거냐???? 그랬더니 뭔가 장비를 들고 와서 조치를 하는데요. 물이 새는 곳 크랙에 황동으로 된 노즐 같은 것을 박은 후에 액체 우레탄을 고압으로 밀어넣는 것이었습니다. 우레탄은 공기중에 나오면 순식간에 부피가 커지면서 경화가 되는데, 이 성질을 이용해서 크랙을 메우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결론을 말하면 궁극적인 해결책이 못됩니다. 며칠 후에 옆쪽 다른 위치에서 물이 샙니다. 즉, 물이 그냥 옮겨가서 새는 것이지 완전히 누수를 차단하지 못합니다. 수차례 시공을 요청해서 막아봤지만, 결국 다른 곳에서 계속 새고 이제 하자 보수 신청해도 들은 체도 안합니다. 다른 집들은 어떤가 싶어서 물어보니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 모두 물이 새더군요.
에폭시 수지 크랙 본드 키트는?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이런 것도 사서 해봤습니다. 본제와 경화제를 섞은 뒤에 주사기에 고무줄을 걸어서 그 압력으로 수지를 틈 사이로 주입하여 굳히는 것이죠. 결과는??
우레탄 발포 지수제와 똑같습니다. 물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샙니다. -,.-
왜 물이 새고, 왜 못 막는 것인가?
보통 건물의 옥상에 녹색으로 방수페인트를 발라서 방수공사를 합니다. 방수 페인트가 갈라지면 보수공사를 하는 정도지요. 옥상은 그냥 비나 눈정도이지만, 벙커주차장은 그 위에 흙을 일정 두께로 쌓습니다. 1미터만 쌓아도 그 무게가 엄청날겁니다. 비가 와서 그 흙이 물을 머금고 있다면 아래로 가하는 토압과 수압이 엄청나겠죠. 방수페인트를 아주 잘 칠했다고 해도, 흙 속에 있는 돌멩이 같은 것에 긁혀서 크랙이 갈 수도 있고, 그럼 그틈으로 모든 수압이 걸리면서 물이 파고들겁니다. 토목, 건축에 대해 잘 아시는 분 말을 들어보니 물은 뭔가로 완전 막는 건 불가능하다. 물길을 돌리는 배수공사를 병행해서 해야 하는데, 소규모 건축회사들은 집 팔면 땡이니까 돈 많이 드는 배수공사를 잘 안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뻔뻔하게도 1단지 지을 때 보았던 시공사 대표가 버젓이 회사 이름 바꿔서 2단지를 짓고 있었습니다. 1단지에서 누수가 엄청 생겼으니 2단지 3단지때는 좀 잘 하려나 봤더니 별 다를게 없었습니다. 대충 방수제 쓱쓱 바르는 시늉만 하고 흙을 퍼 넣습니다. 어떻게 물이 안샐 수 있을까요?
나중에 세컨하우스 부지를 찾기 위해 여주, 이천, 양평 등 많은 부지를 돌아다녀 봤는데 전부 대동소이했습니다. 방수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드레인보드 + 유공관 시공방법
위에서 이야기한 토목관련 지인이 알려준 방법이 이것입니다. 콘크리트와 닿아있는 흙과 물을 차단이라는 방법으로 이길 수는 없고, 드레인보드를 둘러서 물을 아래로 모은다음 유공관으로 빼내 밖으로 흐르게 해서 빼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정확한 시공방법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는 것은 결국 비용과 마진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처럼 천장이 새는 벙커 주차장을 경험하고 나면 선택지는 2가지입니다.
1) 절대 벙커주차장 있는 집을 사지 않는다
2) 돈을 더주고 새로 지을 때 제대로 방수공사를 한다
어쩔 수 없는 임시방편
흙을 채워넣기 전에 콘크리트 바깥에 제대로 된 시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지금 마당 흙을 걷어내고 이 공사를 할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구요. 할 수 없이 차로 떨어지는 물만 좀 막아보자는 심사로 천정을 패널로 막았습니다.
어느정도는 막을 수 있었지만, 결국 틈새로 언젠가는 물이 비어져 나왔고 물티슈로 닦아주면서 지냈습니다.
비단 벙커주차장 뿐 아니라, 우리는 평생 집을 지어보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고 당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이 알아야 당하지 않을텐데 말이죠. 최근에 목조주택 건축학교에 가서 2주간 농막을 직접 짓는 교육을 받고 왔더니 경량목조 주택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직접 집을 짓게 될 경우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주택 건축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네요.